[오늘의 DT인] "관심 시들해진 `온투업` 지금 보릿고개…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날 것"

김경렬 2024. 6.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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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협회장
기업구조개선·여신관리 전문가… 불안한 온투업 반전시킬 적임자로 꼽혀
취임 후 매일 금융당국 관계자·온투회사 대표들과 미팅… 홍보 관련 논의
28일까지 저축은행들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유도 급선무… 적극 요청 계획
홍재문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협회장.

"협회에 처음 출근한 날 보고를 받고 막막했어요. 밤에 눈을 감았는데 잠이 오지 않더군요. 급성 불면증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홍재문(63·사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P2P) 협회장은 복잡한 온투업계의 상황을 이같이 밝혔다.

온투업은 온라인 상에서 투자자들의 소액 자금을 모아 필요한 곳에 대출을 내주는 사업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뜸해지면서 대출 잔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 그렇다보니 업계는 생사기로다. 일부회사는 영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곳간도 말랐다.

홍 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온투업의 생명력을 믿는다"고 했다. 이미 혁신의 기치를 세워 커가고 있고, 지금은 한참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온투업의 발전을 위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선언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 회장은 기업구조개선과 여신관리 전문가다. 불안한 온투업의 상황도 반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1989년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재무부 국유재산과, 기획재정부 금융허브기획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담당관,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글로벌 금융위기 대응반), OECD대표부 금융팀장 등을 거쳤다. 기업 심폐소생술에 관한한 자타공인 전문가다.

홍 회장의 능력은 민간 금융사에서 돋보였다. 그는 2016년 11월부터 2020년 1월 말까지 은행연합회 여신담당 전무로 일했다. 당시 핀테크 혁신 붐이 일면서 전통금융 터줏대감인 은행의 입지가 흔들렸다. 그는 중간자 입장에서 업권 간 소위 '밥그릇 싸움'을 조율했다. 온투업계는 2017년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1.5금융으로 불리며 서민 금융사다리로 출범했다. 하지만 입지는 은행과 저축은행 사이에서 애매했다. 당시 현장을 지키면서 서로를 다독인 게 홍 회장의 역할이었다.

수협은행 감사 시절에는 공적자금 조기 상환도 이끌었다. 수협은행은 2002년 공적자금을 받았다. 상환 기한은 2028년. 홍 회장은 수협은행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조기 상환 계획을 세웠다. 수협은행은 예정보다 6년 빠른 2022년에 정상화됐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전장(?)을 누빈 홍 회장의 숱한 경험이 묻어난 것이다. 홍 회장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유재산을 현물 출자해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현금을 직접 줄 수 없어 주식이나 땅으로 자본을 대는 일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보유 주식(KT&G, 포스코, 한국전력 등)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현물출자하고, 이렇게 자본을 확충한 국책은행은 기업 심폐소생에 나서는 '낙수' 방식이다.

홍 회장은 온투업을 통한 '혁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온투업은 투자자에게 중위험 중수익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차입자에게는 금융지원 창구다. 하지만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뜸해졌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곳에 대출을 내주는 대출 성격상 건전성 관리도 절실하다. 홍 회장은 "연체율의 분자인 연체잔액보다 분모인 대출잔액이 더 크게 감소해 연체율이 급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온투업에는 매니아 층이 있다. 상품 중에는 어음, 매출채권을 담보로 10% 전후의 중수익을 제공하면서 2일에서 2주, 길면 3개월짜리 초단기 상품도 있다. 성격에 따라 굉장히 안전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 역량은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오늘도 갑니다."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는 홍 회장에게 "어디 갈건가요"라고 물었더니, 회원사를 찾아간다고 했다. 그는 취임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금융 당국 관계자, 온투회사 대표들과 점심 미팅을 하고 있다. 회원사를 만나기 전에는 업체 앱에 가입해 직접 투자를 해본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투자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수준이다. 홍보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업계에서는 홍 회장을 두고 '이런 협회장이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홍 회장 앞에는 숙제가 쌓여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24일 온투업체 규제 개선안을 통해 기관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저축은행을 온투업체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숨통을 틔우는 것이다. 홍 회장은 "이달 28일까지 많은 저축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면서 "이번 일이 잘 진행되면 캐피탈 등 다른 여전사의 참여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온투사들이 자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길면 3년 정도 보릿고개를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영업을 계속하려는 의지가 있는 회사는 발벗고 돕겠다고 했다.

그는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산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통해 대외적인 신뢰를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면서 "온투법이 제정된 지 3년이 흘렀다. 당국에서는 그 사이 온투업의 역할과 환경변화를 검토해 근본적인 업계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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