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속 태풍' 그친 빅5병원 집단휴진

심희진 기자(edge@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4. 6.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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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정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주변 소아과들이 동시에 휴진할 수 있죠. 새벽부터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서 아침 일찍 달려왔는데 허탈하네요."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휴진으로 외래진료가 4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병원 측 집계로는 휴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경외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한 환자는 "휴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했는데, 진료는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이뤄졌고 환자들도 비슷한 수준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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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소아과선 잇단 헛걸음에 발동동
대형병원은 진료차질 미미
개원의 입 맞춘듯 "개인사정"
일부 의사 오전진료 후 집회로

◆ 의사 휴진 ◆

동네 병원까지 휴진에 나선 18일 성남시 소재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휴진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개인 사정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주변 소아과들이 동시에 휴진할 수 있죠. 새벽부터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서 아침 일찍 달려왔는데 허탈하네요."

18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소아과 입구에는 '18일 휴무, 19일 정상 진료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반경 2㎞ 내 소아과 5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을 연 한 소아과에는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이 40여 명이 대기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불 꺼진 병원 앞에서 만난 보호자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수족구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사실을 뻔히 아는 의사들이 갑자기 단체로 휴진한다니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의료계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는 대규모 혼란이 빚어지지 않았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특히 평소 '오픈런'을 해야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소아과 휴진은 큰 불안을 낳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이버 페이지에는 진료 중이라고 써 있길래 가보니 불이 꺼져 있어 황당했다" "기존에 예약해둔 진료가 있었는데, 별도 고지 없이 문을 닫았더라" "응급실도 안 받아주는 마당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라는 건지 막막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정부가 이날 의료기관 3만6000여 곳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음에도 일부 병·의원은 오전 진료만 하는 등의 편법까지 동원해 휴진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밤사이 극적 타결을 기대했지만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었다"면서 "의협 총궐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까지만 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당 건물에 입주해 있는 병·의원 4곳 가운데 2곳이 엘리베이터 1층에 휴진 안내문을 붙여놨다.

다만 대형병원 상황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성모병원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휴진으로 외래진료가 4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병원 측 집계로는 휴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수들 부재로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진료과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신경외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한 환자는 "휴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했는데, 진료는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이뤄졌고 환자들도 비슷한 수준 같다"고 전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도 이번 집단휴진에 동참한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다만 진료 차질에 대한 집계는 서울성모병원과 마찬가지로 교수 측과 병원 측이 서로 엇갈린 수치를 내놨다. 병원을 찾은 한 환자 보호자는 "진료가 불가능할 줄 알고 걱정이었다"며 "하지만 교수님이 걱정하지 말고 병원을 찾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형병원 주변 개원가 역시 대체로 집단휴진 움직임을 체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이날 문을 닫은 병원도 일부 있었다.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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