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내 스마트폰 ‘방수 등급’ 믿어도 될까 [IT 잡학다식]
요즘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방수 기능을 지원합니다. 방수되지 않는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죠. 물방울이 튀거나, 물속에 잠깐 들어가는 정도로는 고장 나지 않아요. 그런데 스마트폰 방수 능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나도 스마트폰의 방수 기능은 온전히 유지될까요.
스마트폰 방수 기능 어떻게 구현했을까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스마트폰 방수 기능 원리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유를 이해할 수 있거든요. 물기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물기가 들어올 만한 통로를 막으면 됩니다. 스마트폰은 틈이 많습니다. 스피커, 충전 단자, 마이크, 수화부, 전원 버튼을 보세요. 다 틈이 있어요. 스마트폰 껍데기 하우징 결합부도 잘 보면 틈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고무 패킹, 특수 제작된 테이프·접착제를 사용해 스마트폰 틈을 메웁니다. 물기가 아예 침투하지 못하도록 이러한 재료를 틈에 넣고 압착하는데요. 이를 실링(Sealing, 밀봉) 작업이라고 해요. 실제 스마트폰을 분해하면, 하우징 테두리를 따라 길게 붙인 방수 소재가 보입니다. 스마트폰을 결합했을 때 생기는 작은 틈을 막는 거죠.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 수화부 같은 곳은 완전히 막으면 안됩니다. 이러한 부위는 ePTFE와 같은 특수한 멤브레인(Membrane, 막) 소재를 사용한다고 해요. 이름은 어렵지만 ePTFE 소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어텍스가 대표적이죠. 고어텍스는 물기는 막지만,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어요. 스피커, 수화부 방수에 적합한 소재인 셈이죠.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자칫 물기가 내부에 침투하면 곧바로 스마트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사는 인쇄회로기판(PCB)처럼 중요한 부품을 특수한 물질로 코팅합니다. 실리콘, 아크릴, 우레탄과 같은 소재가 쓰인다고 하죠. 이러한 소재를 반도체에 얇게 도포하는 작업을 컨포멀(Conformal) 코팅이라고 해요.
스마트폰 방수 등급을 확인하자
방수 처리를 했다고 해서, 스마트폰 방수 능력이 모두 같은 건 아닙니다. 스마트폰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플래그십인 갤럭시 S 시리즈는 IP68·67 등급, 갤럭시 A 시리즈는 IP67 등급, 갤럭시 폴드·플립 시리즈는 IPX8 등급입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에요. 플래그십 아이폰 시리즈는 IP 67 등급, 보급형 아이폰 SE는 IP67 등급 방수 능력을 지녔어요.
여기서 IP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정한 국제 표준(IEC 60529)입니다. IP는 ‘Ingress Protection’의 약자인데요. 우리말로 ‘침투 보호’를 뜻합니다. IP 뒤에 붙은 첫 번째 숫자는 방진 등급을 뜻해요. 먼지로부터 얼마나 기기를 잘 보호하는지를 나타냅니다. 두 번째 숫자가 방수 등급이에요. 방수 등급은 0부터 9까지 총 10단계까지 있고, 숫자가 클수록 방수 능력이 좋습니다.
방수 등급 0은 물기를 막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방수 등급 3은 60도 각도에서 분사되는 액체로부터 기기를 보호할 수 있어요. 방수 등급 6은 모든 방향에서 분사되는 물줄기를 방어하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된 방수 8등급은 1m 이상 깊이 물속에서 일정 시간 버틸 수 있다는 의미에요. 약 30분 정도 물에 넣어도 괜찮다고 하죠.
가장 높은 방수 9등급은 고압 및 고온 물 분사에 대한 보호를 뜻해요. 모든 방향에서 고압·고온 물을 분사했을 때도 방수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IPX8처럼 IPX 뒤에 숫자가 붙은 등급은 방진 능력은 없고, 방수 기능만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방수 등급 믿어도 될까?
스마트폰 방수 등급을 온전히 믿으면 안 됩니다. 스마트폰 방수는 영구적이지 않아요. 앞서 설명했듯, 방수에 사용되는 소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모되거나 변형될 수 있어요. 삼성전자서비스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를 안내합니다. 회사는 “방수 기능은 영구 유지되지 않는다”며 “시간 경과나 사용 환경에 따른 마모로 방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해요.
IEC가 지정한 IP 등급이 담수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소금기가 많은 바다에서 담수 환경과 똑같은 방수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죠. 소금물뿐만 아니라 비눗물, 오일, 향수, 자외선 차단제, 손 세정제 화장품처럼 알코올이 함유된 화학 물질에 닿으면 방수 능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은 방수에 사용된 소재 수명을 갉아먹습니다.
방수에 사용되는 재료는 고무 패킹, 특수 제작된 테이프·접착제라고 했죠. 접착제나 테이프는 온도가 높으면 부착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사우나, 한증막처럼 온도가 높은 공간에 스마트폰을 들고 가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수압이 센 물, 바닥에 떨어졌을 때 스마트폰이 받는 충격도 방수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럼 바다, 수영장 등 물놀이를 갔을 때 스마트폰을 아예 밖에 둬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방법이 있어요. 스마트폰 전용 방수팩을 이용하세요. 요즘에는 방수팩이 많이 좋아졌어요. 스마트폰을 안에 넣고 터치할 수 있는 제품이 많습니다. 방수팩은 보통 서드파티 제품이라 가격도 저렴하죠. 방수팩이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고장 나는 것보단 낫습니다.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 美 테일러 파운드리 '4→2나노' 전환 추진
- K콘텐츠, 매출 200조원 국가전략산업 육성
- 라인야후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앞당길 것”…일본 서비스 위탁 종료
- '현실판 굿 윌 헌팅'…직업학교 17세 소녀, 명문대생-AI 제치고 中 수학대회 결선 진출
- 최태원 SK 회장, 정면돌파로 시련 넘어설까
- [IT리더스포럼]고학수 위원장 “공개된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곧 나온다”
- 범용 D램 수요 회복은 아직…“가동률 80~90% 수준”
- 바이오분야 13개 공공연구기관 '원팀' 가동…협력 R&D 기획·추진
- 지스타 세계 3대 게임쇼로 키운다…정부, 콘텐츠 전략 발표
- “나 아직 현역이야”…'47세' NASA 보이저 1호, 반년 만에 재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