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돌봄·난임 지원…보험사 헬스케어 진화

고령화로 건강관리 수요 급증
진료·요양 등으로 서비스 확장
KB손보, 비대면 진료 첫 진출
한화손보, 출산 특화상품 선봬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허용땐
건강증진형 보험 활성화 기대

보험사가 고령화 등에 따른 건강관리 수요를 노려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의 헬스케어 사업은 걷기 등 운동과 식단을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보험 상품과 연계한 진료·요양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수면의 질을 분석하는 앱까지 등장해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보험(Insurance)과 헬스케어(Healthcare)를 결합한 '인슈어헬스'가 업계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 자회사인 KB헬스케어는 최근 헬스케어 기업 블루앤트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했다. 금융권 최초로 비대면 진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투자로 분석된다.

KB손보는 2021년 보험업계 최초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4월부터 KB라이프생명의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실버타운 '평창카운티' 입주자를 대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KB체크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질환 예측 등을 분석해 건강 관리를 돕는 서비스다. KB금융그룹의 생보·손보 계열사가 보험 상품과 요양시설 기반으로 의료 지원, 재활치료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여성 고객을 겨냥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월 차병원과 손잡고 출시한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2.0' 가입자에게 임신과 출산을 돕기 위한 난임 치료 지원,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차병원을 비롯해 한화손보 제휴 병원에서 업계 최초로 난소기능검사 비용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헬스케어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전용 콜센터도 오픈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자사의 건강관리 앱 더헬스 출시 2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이 호흡 소리를 분석해 수면의 질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수면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 일정을 미뤘을 정도로 공들여 개발했는데, '서비스로 전면 승부를 보겠다'며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마케팅을 통한 고객 몰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누적 회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헬스케어 앱들을 통합 개편하고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인 하이헬스챌린지에 '진료 예약' 서비스를 탑재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국내 헬스케어 시장이 작년 3억7700만달러(약 5200억원)에서 2030년 66억7200만달러(약 9조21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들이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지만 수익으로 연결 짓는 것이 당면 과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만 가능해져도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지금은 보험사별로 엇비슷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세분·전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골다공증 발병률이 높은 50대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고칼슘 식단·영양제와 운동 정보를 제공해 골절 사고를 예방하고, 건강 관리를 잘한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