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늘리기' 나선 지자체… "재량권 확대" vs "인사권 남용 우려"
지역 여건·필요에 따른 조직 운용 가능해져
서울 등 9개 광역단체 3급 늘린 조직개편 추진
하위직 감소·지자체장 인사권 남용 우려도
전문가 "부작용 보완책 마련도 뒤따라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기구 설치 상한선이 폐지되자, 조직개편과 함께 고위직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 정신에 부응한 지자체의 자율성, 권한 강화에 걸맞은 유연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하위직 축소와 지자체장의 인사권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와 부산시, 대구시, 인천시, 대전시, 세종시, 경기도, 전남도, 경북도 등 9개 시도가 하반기(7월) 단행을 목표로 국·실장급(3급 이상) 공무원을 늘린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개편안을 담은 지자체들의 개정법안은 시도의회를 통과됐거나 심의 중이다.
지자체들의 발 빠른 조직개편 행보는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가 3급 이상 자리를 늘릴 때 받아야 했던 행안부의 사전 승인을 폐지했고, 10~12개 이하 20% 이내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만 추가할 수 있었던 광역단체의 3급 이상 자리 상한선을 없앴다. 다만 기준인건비 한도를 유지하고 전체정원은 동결하도록 했다.
고위직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자체는 서울시와 대전시(각각 다섯 자리)다. 서울시는 9개국을 늘리면서 고독·고립에 따른 사회 문제 예방을 위해 복지정책실에 국장급인 돌봄·고독정책관, 이민 정책과 국제교류 업무를 총괄할 글로벌 도시정책관, 보행·자전거·주차정책을 총괄하는 교통운영관 등을 신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국 통합·분리·신설 등의 조정을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늘어난 3급은 5명"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는 대정부·국회 대응 강화를 위한 대외협력본부, 기업 전 주기 지원을 담당할 기업지원국, 지역 대학 경쟁력과 평생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정책 전략국,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을 위한 도시철도건설국(한시기구) 등을 추가 편성했다. 경기도는 25개 실국을 28개 실국으로 국장급 세 자리를 늘린 조직개편안을 담은 관련 개정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김동연 지사의 핵심 공약인 '임기 내 투자유치 100조 원 이상 달성'을 수행할 국제협력국과 도정 인공지능(AI) 전면 도입 및 관련 신사업 발굴을 맡을 AI국, 정부 이민청 유치와 이주민 정책을 전담할 이민사회국 신설이 골자다. 전남도는 인구청년이민국과 인재육성교육국 등 2개 국을 추가하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부산시와 인천시, 세종시, 경북도는 3급 공무원을 각각 1명씩 늘린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규정이 개정된 지난 3월 가장 먼저 3급 1명을 늘렸다.
지자체들은 지역 여건에 맞춰 효율적인 행정을 펼치고 싶다면서 오랫동안 지자체의 행정기구 상한선 폐지를 주장해왔다. 2023년 초 행안부가 시도지사협의회 등 4대 협의체,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년간 논의를 했고 3급 기구 설치 제한을 없애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행안부는 관련 절차를 거쳐 올 3월 규정을 개정했다.
지자체들의 잇단 조직 신설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수요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세분화되면서 과거보다 조직 운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지자체의 조직 운영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번 상한선 폐지로, 지자체들이 저마다 여건과 특성을 살려 지역 발전을 이끌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인건비 비중이 높은 고위직이 늘어나는 만큼 정작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하위직이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전의 경우 국장급 다섯 자리를 늘리면서 4급 1개, 5급 2개, 6급 2개 등 중간간부 자리를 줄였다. 고위직 신설에 따른 지자체장의 인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진혁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지방자치 시대에 자치조직 구성과 운영에 대한 재량권을 넓혀주겠다는 것은 맞는 조치"라면서도 "고위직 증가로 하위직이 줄면서 주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행정서비스는 오히려 일부 소홀해질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자체장의 인사권이 강화되면서 '제 사람 챙기기'나 '권력 유지 또는 확대' 등으로 남용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보완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서울=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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