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등지고 거리나선 의사들…"27일부터 무기한 파업" 엄포

최오현 2024. 6.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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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8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1만2000여명 전국 의사 여의도 총집결
"의료 정상화"·"선택할 자유" 외쳐
요구안 불수용 시 무기한 파업 선언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전국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4년 만에 총파업을 진행했다. 전국에서 모인 1만여명 의사들은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의료농단 정상화’를 외쳤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정부 요구안을 언급하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파업 선언…“선택의 자유달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전국에서 의사회별 총 1만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의협 추산은 4~5만명이다.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3도로 무더위를 보인 가운데 의사들 “정부가 죽인 의료 우리가 살린다”,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 등 구호를 제창했다. 현장에는 파업에 동참한 기성 세대 의사들을 비롯해 앳된 얼굴의 의대생, 전공의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의협 측에서 나눠준 ‘의대정원 확대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고 쓰인 띠를 어깨에 두르고 ‘의료붕괴 저지’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뙤약볕 아래서 한 목소리를 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회장은 대회를 시작하며 “정부의 의료·교육농단으로 의료인과 학생들이 현장을 떠난 지 벌써 4개월”이라며 “정부는 전공의 범죄자 취급도 모자라 이제는 도망간 노예 취급을 하면서 강제 노동을 시키겠다고 한다. 이게 온당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이 땅의 모든 의사는 노예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의협은 폭압 정부가 의사를 전문가로서 소중한 존재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진료명령 개시에도 불구 의협은 집단행동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임 회장은 대회 말미에 폐회사를 통해 의협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의료를 나락으로 보낸 정부를 심판하고 진정한 의료 정상화와 전문가 주의 선진의료를 이뤄내야 한다”며 “의대 증원, 필수의료패키지, 부당 탄압 등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날 의협을 비롯해 의료계 각 단체들도 대거 참석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뭉치면 한국의료가 살고 흩어지면 무너진다”며 파업 동참을 독려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정부는 의사는 공공재라는 망상과 직업 선택 기본권마저 짓밟으며 초헌법적인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환자를 지키는 것은 책상에 앉아 명령을 남발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우리 의사들”이라고 목놓아 외쳤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전공의 및 병원 등에 내려진 명령과 행정처분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법을 적용하는 태도가 폭력적”이라며 “이것은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협의회장 역시 “의료·교육 농단 저지를 위해 의협과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며 “이 자리는 투쟁의 마지막,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리나온 의사·의대생 학부모 “의사 악마화 매일이 지옥”

일반 국민과 의대생 학부모, 의사 회원의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한 의대생 학부모는 무대 위로 올라 “정부가 아이들을 악마화 하면서 모든 날이 지옥”이라며 “화나고 속상하지만 아이에게 해가 될까 염려돼 해줄 수 있는 건 댓글로 의료농단을 알리는 것 밖에 없다. 부모로서 괴롭고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누구보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교육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항상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으며 이번 의대 증원은 의료 교육 질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 대표로 나선 유재일 정치 평론가는 “사실 이번 대선에서 2번을 찍었다. 여기 계신 분들 상당수가 그럴 것”이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의사들에게 “대한민국에 여러분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힘을 보탰다. 유 평론가는 정부가 의료인 집단을 ‘카르텔화’하는 것에 대해 “카르텔은 담합을 통해 자유시장을 교란할 때 쓰는 말”이라며 “정부가 수가와 공급을 결정하는 사회주의 의료인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르텔은 관료들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주홍글씨’”라며 “정부가 가스라이팅하는 도덕적 낙인, 수십 년간 계속돼온 그것을 걷어찬 것이 지금의 전공의”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곳곳에선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유 평론가는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 “어떤 슬로건을 걸고 대통령이 됐는지, 자유민주주의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날 현장에는 남녀노소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경찰 기동대도 약 60개가 출동했다. 대회에 참석한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40대)는 “정부 계획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이미 의대 정원은 비가역적이라고 해도 이렇게 넘어가긴 고통스러워서 목소리를 보태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참석한 한 정형외과 개원의(40대)는 “다 같은 맘 아니겠느냐”며 “의사들을 무시하니까 참을 수 없어서 나오게 됐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 정부가 개원의에게도 진료개시 명령을 내리며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갈 때까지 갔다”며 “그런 것은 무섭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휴진은 이날 하루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 퍼포먼스를 대열 뒤에서부터 앞으로 머리 위에 손을 뻗어 이동시키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여의도공원서부터 마포대교 남단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의료계가 대대적으로 집단 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으로 인한 파업 이후 4년 만이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오현 (ohy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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