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에도 대란 피했지만…환자들 불안감 호소(종합)
의협, 27일 '무기한 휴진' 예고…환자들 "약 타야하는 데 불안"
(서울=뉴스1) 김규빈 남승렬 허진실 박지현 유재규 강승지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 정책에 반발한 '빅5' 병원 소속 의대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다수의 의료진은 예정된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은 전날(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17일~22일 외래 휴진, 외래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등을 연기한 교수는 532명(5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무기한 휴진 이틀차를 맞은 서울대병원은 전날(17일)과 동일하게 외래진료가 평소 대비 25~27%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휴진에도 중증, 난치, 응급실 진료는 계속 유지한다는 약속은 이날도 계속 이어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무기한 휴진 방침에도 진료를 중단한 진료과는 아직까지 없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평균 하루 외래 진료 수는 6500~7000건이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외래 건수가 10~20% 줄어들었지만, 이번 집단휴진으로 인해 외래 진료 건수가 더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다음달 4일부터 일주일 휴진에 들어간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 의협이 주도하는 전면 휴진에 동참하면서, 전신 마취 수술 건수가 지난주 141건에서 72건(18일 기준)으로 4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이날 (예약된) 외래 진료 수는 1만2000건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이날 개인적인 사유로 연차를 낸 교수들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전체 교수의 5~10%에 그친다고 밝혔다. 개인 사유로 휴가를 가거나 휴진하는 교수는 10명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 병원 또한 개인 사유로 휴가를 내거나 진료를 중단한 교수들이 10~20명 정도에 그친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기한 휴진'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사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총궐기대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떨어뜨린 정부의 의대증원, 의료농단 패키지 강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부당한 탄압을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의대 산하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도 정부가 의료 및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이다. 성균관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한 휴진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교수 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추가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이다.
개원가에서는 일부 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개원가에서는 오전 진료는 진행하고, 오후엔 인터넷 홈페이지에 '진료종료'를 표시하고 의사 집단행동에 참여했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세미나, (원장) 치과진료, 내부수리 등을 이유로 병원을 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휴진 일정을 미리 안내받지 못한 환자들은 병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전남 나주의 한 내과 의원을 찾은 홍모씨(72)는 약을 타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는 "내일 오면 약은 타겠지만 오늘은 혈압약이 없다. 다들 개인 일정을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데 결국 환자들만 피해"라고 지적했다. 건강검진을 위해 내과를 찾았다는 김모씨(48)의 가족들도 불 꺼진 병원 앞을 한참 서성이다 되돌아갔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은 이모씨(81)는 "여기(이비인후과) 가끔 손주를 데리러 온 것 같은데 의사 파업이니, 뭐니 해서 문을 안 연 것 같다"며 "휴진하든 않든 원장 개인 마음이지만 하필 이럴 때라는 생각에 굳이 좋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오전 각 시군구보건소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2024년 6월18일 업무개시 명령'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보건소는 문자를 통해 "관내 소재한 의료기관이 집단 휴진에 참여할 경우, 주민의 의료이용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의료법 제59조2에 따라 즉시 업무를 명령한다"고 했다.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혈소판감소증을 앓고 있는 김모씨(65)는 "3년간 충남대병원을 다녔지만 이렇게 환자가 없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나도 어제 예약 연기 전화를 받았다가 약이 다 떨어졌다고 통 사정해 간신히 왔다. 그 많던 아픈 사람들이 다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면 자리를 비운 의사들에게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0대 모친의 치료를 위해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오모씨(46)도 "의사 파업으로 진료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휴진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의사와 정부 갈등이 하루빨리 풀려야 국민도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모씨(67)는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 두 달에 한 번씩 외래진료를 받으러와야 한다"며 "진료를 못 받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을 했는데, (오늘은) 다행히 진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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