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특허청장 공석을 보며

2024. 6.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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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특허를 받고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국제특허라는 것은 없다.

특허 획득 시 전 세계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 특허출원의 약 85%를 이들 IP5가 차지하며, 다양한 지식재산 현안을 의논하고 국제적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런데 손님들을 잔뜩 불러놓고, 정작 우리 특허청장은 5개월째 공석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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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특허를 받고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국제특허라는 것은 없다. 특허 획득 시 전 세계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국가에서 받은 특허의 효력은 그 국가에서만 미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특허로 보호받으려면 보호받고자 하는 모든 나라에서 특허를 받아야 한다. 이를 특허의 속지주의(屬地主義)라고 한다.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제도에서 국가 간 차이는 많은 국제협약을 통해 점점 작아져 어느 정도 국제화되기도 했다. 변화된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국제협의도 계속된다.

국제협의에서 각국은 당연히 자국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자국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제도가 채택되도록 노력한다.

과거 우리는 '샴페인'이란 단어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표현에서처럼, 축하주로 자주 사용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널리 칭하는 보통명사(일반명사)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되었다. 샴페인을 보통명사처럼 사용하던 많은 나라들이 반대했지만, 프랑스의 강력한 주장이 관철되어 국제협약에 포함된 것이다.

스코틀랜드 방식으로 제조된 위스키에 두루 사용되던 이름 '스카치 위스키'가 지금은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위스키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지식재산권 주요 5개국을 'IP5'라 부른다. 여기서 IP는 지식재산을 뜻하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함께 IP5에 속한다. 전 세계 특허출원의 약 85%를 이들 IP5가 차지하며, 다양한 지식재산 현안을 의논하고 국제적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각국이 매년 돌아가며 IP5 의장국을 맡는데, 우리나라는 올해 의장국으로 20일 IP5 회의를 주최한다. 그런데 손님들을 잔뜩 불러놓고, 정작 우리 특허청장은 5개월째 공석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사고 있다.

이번 IP5 회의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는 인공지능(AI) 발명이 주요 안건이 될 것이다. 프랑스의 샴페인,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 사례에서처럼, 각국은 자국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제도의 채택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 특허청장의 빈자리는 그래서 더욱 커보인다.

지식재산 컨트롤타워 역할은 특허청만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도 있다. 그런데 지재위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하시키는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 정부입법으로 제출되어 많은 이들이 불안한 눈길로 지켜봤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지식재산권 집행조정관이 지식재산 정책을 해마다 수립하여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며 진두지휘한다. 일본은 지적재산전략본부장을 국가 최고지도자인 총리가 직접 맡는다.

특허청장뿐만 아니라 지재위 민간위원장 자리도 공석이어서 걱정을 더한다. 지식재산 분야에 전문성과 최고 능력을 가진 분들로 공석을 속히 채워주길 바란다.

바야흐로 세계 기술패권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국내 산업 보호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해야 하는 지식재산 컨트롤타워 수장 자리를 더 이상 비워둘 수 없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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