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낙관론에 실적 청신호까지···"코스피 최고 3150 간다"

강동헌 기자 2024. 6. 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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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힘받는 상승장'
"기업 호실적에도 지수 저평가"
증권사들 코스피 전망치 상향
반도체·車·에너지 주도주 꼽아
美증시도 기술주 성장지속 전망
연말 S&P500 6000으로 조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 개막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 상향치를 3000 이상으로 일제히 올렸다. 증권사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지수 향방을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 통화정책 불안정성이 줄어들고 국내 기업의 실적도 상향 조정되면서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월가가 금리보다는 인공지능(AI) 빅테크들의 실적에 주목하며 주가 전망치를 일제히 올리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016360)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등락 범위를 2650~3150선으로 제시했다. 그간 코스피 올해 상단 범위를 3000 이상으로 제시한 곳은 메리츠증권·NH투자증권(005940)에 불과했는데 삼성도 합류한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이어질 코스피 상장사의 실적이 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수년간 있었던 이익 하향 조정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중 코스피 2900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의 호실적 전망에도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지수가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실제 코스피지수의 달러 환산 수익률은 올 상반기 2% 하락해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3%), 유럽 유로스톡스(5%), 일본 토픽스(8%), 대만 가권지수(18%)보다 크게 떨어진다. 양 연구원은 “시장은 내년 코스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주요국 증시 중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특히 반도체와 에너지·자동차 관련 종목을 주도주로 지목하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시장의 신고가는 강세장의 시작이자 새로운 주도주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AI 소프트웨어 기업뿐만이 아니라 반도체·에너지 두 업종의 투자 사이클이 중첩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도 “그간 못 오른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을 비롯해 공장 증설 등에 적극적인 전력 설비, 수출에 성과가 나오고 있는 소비재 등이 각광 받을 것”이라며 “여러 미흡한 점이 있지만 밸류업 추진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외국인투자가들도 삼성전자(4498억 원), SK하이닉스(000660)(1497억 원), 기아(000270)(297억 원) 등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렸다. 그 결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2% 오른 2763.92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의 증시 전망이 이전보다 긍정적 톤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천수답 증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국내 증시에는 호재다. 월가의 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S&P500의 전망치를 상향한 상태다. 씨티그룹은 17일(현지 시간) 연말 S&P500 전망치를 기존 5100에서 5600으로 높였다. 현재 지수 수준(5473.23)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버리고 오히려 2%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씨티그룹의 미국 주식 전략가인 스콧 크로너트는 “대형 성장주들의 지수 내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체 지수 상승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5일 골드만삭스도 S&P500 연말 전망치를 2월에 내놓은 5200에서 5600으로 조정했다. 그동안 S&P500이 연말 4750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던 에버코어ISI도 같은 날 전망치를 6000으로 높였다. 에버코어ISI의 전략가인 줄리언 이매뉴얼은 “팬데믹 당시 부양책에 이어 이제는 AI가 왔다”며 “여기에 인플레이션의 진전과 연준의 금리 인하 의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골디락스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경제의 갑작스런 둔화 가능성은 증시의 변수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대형주의 예외적 상승이 지속된다면 지수는 연말 6300까지 가능하겠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부상한다면 지수가 47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국내 증시도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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