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료대란 없었지만 환자 불안…휴진병원 '불매' 목소리도

장혜승, 조소현, 황지향, 김시형 2024. 6. 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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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집단휴진 대학병원 등 가보니
대부분 정상 진료...오후만 휴진도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강행한 18일 다행히 환자들 불편은 크지 않았다.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대형병원 진료가 줄고 일부 동네 병의원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일부 휴진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가 휴진해 불이 꺼져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황지향·김시형 기자]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강행한 18일 다행히 환자들 불편은 크지 않았다. 다만 대형병원 진료가 줄고 일부 동네 병의원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일부 휴진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서울 시내 병의원에서 휴진한 곳은 많지 않았다. 취재진이 방문한 서초구와 관악구, 동작구, 은평구, 구로구 등의 병의원 24곳 중 22곳은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 진료했다.

◆ 대형병원 혼란 최소화…휴진 병의원 상대 '불매운동' 움직임도

구로구 메디컬타워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80대 김모 씨는 "의사들 파업하는지 모르고 평소대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문제없이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1곳은 오전만 진료를 보고 오후에 휴진한다는 안내를 내걸었다. 또 다른 1곳은 며칠 전부터 개인사정을 이유로 장기 휴진 중이었다. 은평구 A 의원 관계자는 "오전에는 진료하는데 오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환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시민은 "진짜 동네에 휴진하는 병원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오늘 개인사정으로 쉰다는 게 이거였나 본데,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입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에도 휴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맘카페에는 '우리 동네 소아과 2곳이나 휴진이다', '우리 아파트 상가 1곳은 휴진, 1곳은 오전 진료다', '소아과는 휴진이 많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오전 진료만 한다고 문자 와서 뭐지 했는데, 안그래도 별로였는데 더욱 안 갈 것 같다', '우리 동네 소아과도 휴진이다. 가까워서 자주 이용했는데 이젠 손절각(불매를 할 각도가 나온다)', '환자 상대로 진짜 열 받는다. 휴진하는 곳 알아뒀다가 불매해야겠다' 등 휴진에 나선 병의원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한 의료기관 3만6371곳 중 1463곳만 18일 휴진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02%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병의원 9898곳 중 229곳만 휴진을 신고해 2.3%에 그쳤다.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접수하고 대기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일부 교수들이 연차를 내거나 휴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이른바 '빅5'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소속 교수의 60.9%에 해당하는 225명이 휴진했지만 채혈 검사나 간단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은 불편 없이 진료를 받았다. 소화기내과에서 채결 검사를 받은 황모(65) 씨는 "뉴스 보니까 조금 걱정했는데 다른 때와 똑같이 검사하는 데 차질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교수들이 휴진하고 있지만 병원 측에서는 최대한 차질없이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4곳 교수 529명은 전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이는 총 진료교수 967명 중 54.7%에 달하는 숫자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도 개별적으로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가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정상 진료를 가동 중이라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외래 환자 대기석은 꽉 찬 모습이었다. 약 받는 곳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형외과 진료를 보러 왔다는 40대 김모 씨는 "아무런 불편 없이 진료를 봤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연차를 신청한 교수가 '한 자릿수'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은 연차를 쓴 교수가 10명 안팎이며, 애초 이날 진료가 있는 교수들을 기준으로 따져도 휴진율은 5∼10%라고 했다.

의사들 집단휴진에 환자들은 일제히 불만을 쏟아냈다 18일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 환자들 불만 고조…"집단휴진은 사람 다 죽이는 것"

환자들은 일제히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70대 B씨는 "진료 담당 교수를 오늘 봤다"면서 "집단휴진은 사람 다 죽이는 거다. 환자들이 아프고 나이 먹어서 기댈 수 있는 곳이 병원밖에 없는데 휴진을 해버리는 게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5살 아이 진료를 위해 서울대병원 소아성형외과를 찾은 임모(37) 씨는 "환자들이 제일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며 "불안감 자체로 불편한데, 왜 이렇게까지 집단행동을 하는지 정당성이나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러 온 김모(82) 씨는 "검사는 그대로 했는데 걱정은 좀 된다"며 "휴진하는 교수들이 늘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의사들이 늘면 미숙해서 잘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신경과를 방문한 유모(49) 씨는 "환자가 많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의사도 그만큼 필요하지 않냐"며 "의사도 없고 환자는 많은데 그러면 시민들이 불편하다. 아픈데 의사가 없다고 하면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단휴진에 나선 개원의와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정부는 집단휴진을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진료 거부 행위로 규정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사전 파악된 휴진신고율은 약 4% 수준이지만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 오전 9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다"며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현장점검과 채증을 거쳐 의료법에 따른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업무정지 15일에 1년 이내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분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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