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우즈벡 고속철 구매 자금을 빌려주는 걸까?

김지혜 기자 2024. 6.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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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이음을 우즈베키스탄 현지 실정에 맞춰 개선한 모델 ‘UTY EMU-250’. 국토교통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우즈베키스탄 순방 성과로 꼽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철 수출 계약 성사”를 두고, 구매 자금 전액에 대한 한국수출입은행의 차관 제공이 뜻밖에 도마에 올랐다. 한국 정부의 돈으로 한국 기업이 진행하는 소위 ‘내돈내산’ 사업을 온전한 수출 성과로 내세울 수 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와 관련 단체는 이 사업의 성과를 내세우거나 의심하는 쪽 모두 한국이 얻는 단기적 효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즈베키스탄의 고속철 구매를 지원하는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본래 목적은 수익성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돕는 개발원조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성사된 고속철 사업을 당장의 경제성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ODA는 무상원조, 유상원조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EDCF는 후자에 속한다. 원조 자금을 지원하되 상환 의무도 함께 지우는 것이다. 다만 시장보다 낮은 금리(0.01~2.5%)로 최대 40년까지 빌려주기 때문에, 원조를 하는 공여국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수익을 예측하기 힘들다. 우즈베키스탄은 현대로템의 고속철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돈 1억8519만유로(약 2700억원) 전액을 한국 EDCF에서 융통하기 때문에, 해당 금액 자체를 국익에 기여하는 유의미한 수출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대통령궁에서 공동성명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창길 기자

원조를 주는 국가의 이득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생한다. 개발도상국의 도로·철도·통신망·병원 등 사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두고 선진국 간에 ODA 지원 경쟁을 벌이는 것은, 해당 국가에 자국 기업이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는 시장 개척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고속철 수출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1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폴란드, 태국, 모로코 등 세계 고속철 차량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거나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 교류, 인력양성, 차량기지 건설 등 양국 간 철도 분야 전반의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까닭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즈베키스탄의 인프라 사업을 두고 중국 등 타국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장기 저리를 앞세운 EDCF의 지원이 현대로템의 입찰 경쟁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면서 “다만 ‘해외 진출 교두보’라는 막연한 가정이 현실화되려면 고속철 차량 수출 이후 철도 건설, 신호설비 등 후속 사업에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우즈베키스탄 측과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세한 사업 계획은 절차상 밝힐 수 없다”면서도 “후속사업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ODA가 원조를 주는 공여국에게도 경제적 이득을 준다는 논리에 대한 이견도 있다. “당초 설정한 가설과는 달리 ODA는 수출과 해외직접투자에 전반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경표·강준모, 2018년)는 내용의 논문도 나온 바 있다. 2015년 국무조정실의 용역 보고서 ‘우리나라 ODA사업의 국내 파급효과 평가연구’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에 비해 크지 않게 나타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발원조라는 애초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공여국의 국익 중심으로 경제 효과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컨선월드와이드 이준모 한국 대표는 “이번 EDCF는 고속철 사업을 공여국인 한국이 맡도록 정해놓은 구속성 원조였는데, 원조를 받는 나라의 발전을 고려하면 이는 가능한 지양해야 할 개발원조 방법”이라며 “개발원조가 국익이 된다면 이는 양국의 파트너쉽을 위한 마중물로 역할할 때이지, 해당 국가에서 사업적 효과를 누린다는 것 자체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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