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볼모로 파업하다니, 가지 맙시다”…시민들 오죽하면 ‘블랙리스트’ 만들까
정부는 진료명령에 이어 이날 오전 의료기관 3만6000여곳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은 오전 진료만 하는 등 편법까지 동원해 휴진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휴진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소비자로서 의료 서비스 제공자인 병의원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자 다른 대학병원의 일부 대학 교수들과 개원의사까지 이날 휴진에 동참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한 소아청소년과가 “18일 폐업 신고 관계로 휴진합니다”라는 글이 공유됐다. 글쓴이는 “아직 휴진할까 말까 하는 고민하는 원장들, 특히 소아 병원 동업 원장들 잘 봐라”라며 “이게 소아과의 근본이다. 당신들 심장은 편안한가? 나도 당연히 휴진하고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여의도에 간다”라는 휴진 독려 글을 올렸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휴진한 전체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휴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모든 진료과목이 ‘필수 의료’라 할 수 있는 대학병원에서 대대적인 휴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네 의원들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제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휴진하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됐으며, 게시글에는 “환자를 담보로 이런 행위를 하다니 앞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자기 가족이 아파 죽어가도 파업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파업만이 답이냐” 등 100개가 넘는 불만 성토 댓글이 달렸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를 이용하는 부모들의 한숨이 컸다. 한 맘카페에는 “아프면 대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느냐”, “불편함은 모두 환자 몫”이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을 기반으로 한 맘카페 회원은 댓글을 통해 “아이가 기침이 심해져서 병원에 가려다가 휴진이라고 나오길래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소아청소년과까지 문을 닫다니 충격적이다”고 답답한 심정을 남겼다.
곳곳에서 휴진에 동참한 병원들은 ‘개인 사정’이나 ‘내부 공사’, ‘대청소’, ‘에어컨 청소’ 등을 이유로 휴진하겠다는 안내문을 입구에 부착했다. 개중에는 이런 이유조차 대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충북 청주시의 한 인터넷 카페에 ‘오후 휴진’ 사실을 알린 이 지역의 내과 의원은 휴진 이유를 묻자 “일이 있어서”라고만 답했다.
강원 춘천 지역에서는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병원을 상대로 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맘카페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착됐다. 이 지역 커뮤니티에는 “진료 보는 날 진료 기록지 떼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요. 휴진인 병원 공유해서 혼꾸멍내야겠어요”, “의료파업 병원은 가지도 맙시다. 사람 건강, 생명을 담보로 배웠다는 사람들이 뭐 하는 짓이래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30만명이 넘는 회원이 있는 경남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 17일 오후부터 ‘병의원이 휴진하면 불매하겠느냐’는 취지의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병의원 의사 집단 휴진 찬반을 묻는 말에는 전체 응답자 340명 중 96.2%인 327명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매 운동을 묻는 찬반을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336명 가운데 80.7%인 271명이 찬성에 투표했다. 이 설문 게시글 댓글에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거래하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청주시민이 활동하는 한 맘카페에도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을 알려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음식점도 사장이 고객 관리 안 하고 맘대로 가게 문을 닫는다고 하면 굳이 가서 먹을 필요 없다. 개인병원도 집단휴진에 들어가면 이번에 단골 병원을 바꾸려고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해당 게시글에는 ‘아이가 자가면역 뇌염 진단받아 언제 응급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 ‘나도 휴진하는 병원 평생 안 가려고 한다’ 등 공감을 나타내는 댓글이 잇따랐다.
또 다른 회원은 네이버 지도에서 병원을 검색해 휴진하거나, 오전 진료만 보는 병원 리스트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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