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명칼럼] 2차 베이비부머들에게 "우리 똥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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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차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 2차 베이비부머는 그 이후부터 1974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킨다.
1차 베이비부머는 거의 현업에서 물러났고 2차 베이비부머 중에서 막내 그룹이 50대에 접어들었다.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이전 세대가 그려놓은 설계도 위에서, 그에 버금가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상태로 은퇴를 맞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차 베이비부머가 아직 현업에 있을 때 우리 손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떠나는 것이 자식 세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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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결하고 떠나자
영웅 드물고 큰 애국 못했어도
'민폐세대'로 기록되지는 말자
한국의 1차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 2차 베이비부머는 그 이후부터 1974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킨다. 1차 베이비부머는 거의 현업에서 물러났고 2차 베이비부머 중에서 막내 그룹이 50대에 접어들었다. 1973년생인 필자는 2차 베이비부머의 말단에 가깝다.
베이비부머는 턱없이 많이 태어나 턱없이 적게 낳은 세대다. 베이비부머들의 이런 행태가 모든 인구학적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다음 세대 납세자들을 충분히 낳아 기르는 투자 말이다. 그런 점에서 '얌체 세대'라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한국 말고도 거의 모든 나라 베이비부머들이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베이비붐과 그다음에 오는 극단적 저출산은 시대 상황의 소산일 뿐이다. 세대적 품성과는 상관없다.
나는 '한국 베이비붐 세대에는 영웅이 드물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본디 동 세대를 존경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한국 베이비부머들이 그들 부모 세대에 비해 평균적 자질이 떨어질 까닭이 없다. 받은 교육의 질로 따지면 비교가 안 될 만큼 우월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어 살아가는 지금의 국가 시스템, 복지와 산업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박정희·이병철·정주영 등이 속한 세대가 만들었다.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이전 세대가 그려놓은 설계도 위에서, 그에 버금가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상태로 은퇴를 맞고 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다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가 다 베이비부머에 속한다. 정치 쪽으로는 버락 오바마가 있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도 우리 못지않게 위대한 부모 세대를 두었지만 그 광휘에 주눅 들지 않고 새로운 미국을 그렸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별된다. 계속 흥하는 나라의 절대 조건은 계속 영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 특성은 정치 성향에서 도드라진다. 아마도 한반도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아닐까 한다. 그중에서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간 '86'들이야말로 '진보의 전초기지'에 선 사람들이다. 그들의 평균 나이가 환갑에 가까워지면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총선 방송 출구조사 결과 50대의 63.6%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정당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혹은 20년 후 한국은 60대, 70대 다수가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나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집단의식과 권리의식이 동시에 강하고, 목소리가 크고,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노인 집단을 상상해 보라. 잔소리 대신 분노로 아우성 치는 노인들 말이다. 모든 선거는 그들의 선택에 의해 판가름 난다고 봐야 한다. 그 시대에 포퓰리즘 말고 어떤 이념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는 무척 회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2차 베이비부머가 아직 현업에 있을 때 우리 손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떠나는 것이 자식 세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몇 년짜리 모수개혁 말고 베이비부머들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국가가 파산하지 않을 정도의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베이비부머가 다 떠나고 난 다음엔 절대 인구는 줄어들망정 노인 부양 문제는 숨통이 트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 희생으로 세상 빛을 보았으면서 자식은 낳지 않았으니 이건 우리가 싼 똥이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세대는 어려서는 부모 등골을 빼먹고, 늙어서는 자식 등골을 빼먹는 후안무치한 세대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노원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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