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목표 수렴 판단 어려워…고물가는 구조적 문제"(종합)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에 대해 "물가가 타켓(목표) 수준으로 수렴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장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물가 안정을 확신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금리 인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에 대해 통화정책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의식주 등 고물가에 대해서는 오히려 유통 구조 개선과 수입 다변화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물가 안정세로 금리 인하에 가까워진 것으로 판단하냐는 질문에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까지 기다려야 하고, 데이터를 조금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기준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정책실장 뿐만 아니라 어느 전문가가 의견을 주시면 얼마든지 청취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면서 "금융통화위원들이 여러 의견을 보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 통화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통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도) 농산물 가격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생활비 등 고물가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료품과 의류 등 의식주 물가 수준은 주요국보다 55% 높은 반면, 공공요금은 73%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유통 비용이 높고, 수입을 통해 공급이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며 정부의 해결책 제시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하고, 책임이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계속되면 물가 수준도 올라가지만, 국민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것은 물가 상승률 뿐만 아니라 물가 수준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책 당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부처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현재 물가 수준이 어떤 구조적인 요인에 있는지를 명확히 알게 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이 가기 위한 정책 제안"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에 완만한 둔화 추세를 나타내며, 하반기 중 2.5%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총재가 지난 5월 금통위 당시 금리 인하 요건으로 언급한 2.3~2.4% 도달 여부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성장세가 1분기 중에 확대됐지만, 물가 영향이 적은 순수출이 상당 부분 기인했고, 소비 개선이 일시적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물가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최근 기업들의 가격 인상으로 물가 상승 모멘텀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잠재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다만 한은은 현재까지 기업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가격 인상 품목의 CPI(소비자물가지수) 내 비중이 작은 데다 일부 업종에 국한돼 직접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는 한은이 정기적으로 물가 상황을 살펴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작성한다. 해마다 6월과 12월 두 차례 발간되고 한은 총재 등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용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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