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동남아서 세 불리나…태국 이어 말레이도 참여 의사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등 서방 진영에 맞서 외연을 넓히고 있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가 동남아시아에서도 세를 확장할 조짐을 보인다.
브릭스에는 현재 동남아 회원국은 없지만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중국 매체 관찰자망 인터뷰에서 브릭스 가입과 관련해 결정을 내렸다며 "곧 (이를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와르 총리는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도 브릭스 확장에 대해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번 언급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18∼20일 말레이시아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
앞서 태국도 지난 11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에서 브릭스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마릿 싸응이얌퐁 외교부 장관은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브릭스 회원이 되고자 한다"며 "오는 10월 러시아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가입이 발표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도 브릭스 가입에 큰 관심을 가진 동남아 국가로 꼽힌다.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팜 투 항 외교부 대변인은 작년 5월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브릭스 회원국 확대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언제나 다자 기구나 포럼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서방 주도로 지난 16일까지 이틀간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는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대신 그에 앞서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에는 외무차관을 보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마친 직후인 오는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브릭스는 2006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창설했고,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했다.
지난해 이집트,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가 새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아프리카와 중동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등을 앞세운 미국과 서방에 대항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브릭스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브릭스 외연 확장에는 '중·러 세 불리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8월 브릭스로부터 가입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같은 해 12월 말 "현시점에서는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앞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브릭스 가입을 추진했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산주의와는 절연하겠다"며 중국·러시아 등에 거부감을 보이며 친미 외교정책을 주장했고 취임 후에는 "실제적 이점이 없다"며 브릭스 가입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작년 8월 브릭스 새 회원국으로 승인받았지만, 미국 등 서방 눈치 속에 가입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브릭스 가입을 발표했다가 그 다음달 상무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비동맹 중립 외교'를 표방하는 동남아 인도네시아 역시 브릭스 가입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작년 8월 브릭스 가입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여전히 브릭스 가입을 검토 중이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다. 연구가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입이 유력하던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가 입장을 바꾸자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브릭스에 가입할 경우 중·러와 함께 반미·반서방 노선에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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