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기여도’ 오류 이례적 수용한 法…대법서 ‘1조3000억’ 바뀔까
설명자료 통해선 “崔 기여도, 35배 아닌 160배” 반박
낮아진 심리불속행 결정 가능성…崔 “경정 관련 법적 절차 검토”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세기의 이혼 재판'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지적한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의 주식 가치 판결 오류에 대해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은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이 판결문 수정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상황에 따라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규모가 바뀔 수도 있어 대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판결문 수정 이어 반박 나선 항소심 재판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과 관련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한 지 3시간 만에 항소심 판결문을 경정(수정)한 데 이어 이튿날인 18일에는 경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까지 배포했기 때문이다. 재판 당사자의 오류 지적을 받아들인 것도, 설명자료까지 내는 것도 이례적이다.
최 회장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의 재산 분할 판단에 기초가 되는 대한텔레콤 가치 환산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텔레콤은 1991년 유공과 선경건설이 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만든 회사로 1998년 SK C&C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2015년 SK㈜는 SK C&C를 흡수 합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현 SK㈜)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1994년부터 1998년 5월까지 가치 증가분은 최 선대회장 기여, 별세 이후부터 2009년까지를 최 회장 기여로 보고 각각 12.5배, 355배로 판단했다.
그러나 전날 최 회장 측은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초 재판부가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종전보다 10배가 늘어난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분의 경우 10분의1로 줄어든 35.6배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SK㈜ 주가 상승에 선대회장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재산분할 액수 또한 줄어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오류 지적 3시간 만에 판결 경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날 설명자료에서 "판결문 수정은 최 회장 명의 재산형성에 함께 기여한 원고 부친·원고로 이어지는 계속적인 경영활동에 관한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하여 발생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올해 4월16일 기준 SK주식의 가격인 16만원이나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이 주장한 기여도 '35.6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판부는 "1998년 1000원이었던 대한텔레콤 주식은 현 회장인 원고(최태원)의 재임 기간인 26년(1998~2024년)동안 약 160배의 가치 상승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선대회장과 현 회장의 경영 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 상승을 비교할 경우 125배 : 35.5배가 아니라 125배 : 160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원고 부친에 비해 원고의 경영활동에 의한 기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했다. 대한텔레콤 지분가치를 1000원으로 수정하더라도 2009년 11월 SK C&C의 주가는 중간단계에 불과하며, 항소심 변론종결시점인 올해 4월16일 SK 주가가 16만원인 만큼 주식가치 상승은 160배라는 얘기다.
흠집 난 재판부 판단에 대법원의 결정은?
관건은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선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는 심리불속행 결정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소송 판결문에 흠집이 난 이상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문 수정의 적법성 판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법원이 항고심과 상고심을 별도 배당해 심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경정 결정 직후 입장발표를 통해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 측이 민사소송법 211조에 따라 항소심의 수정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장을 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노 관장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노 관장 측은 전날 최 회장 측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공개해 국민들이 그 당부를 판단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판결문 경정 이후엔 별다른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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