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먼지다'와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유대인 아이들이 되새기는 것

조태성 2024. 6. 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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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은 아이들에게 두 개의 종이를 준비하라 합니다. 하나에는 '우리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먼지 같은 존재'라고, 다른 하나에는 '전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적어둡니다. 앞에 것은 교만함과 거만함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고, 뒤에 것은 우리 안에 숨은 재능을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땐 앞의 종이를, 우울할 땐 뒤의 종이를 꺼내보는 겁니다. 그 균형이 중요합니다."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앤젤라 북달(52) 미국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 수석 랍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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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첫 뉴욕 수석 랍비
한국계 2세 앤젤라 북달 방한
유대인 교육법에 대해 설명
"가족의 가치 되새길 수 있는
안식일만 지켜도 저출산 해결"
앤젤라 북달 수석 랍비가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담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대담자로 나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 연합뉴스

"유대인은 아이들에게 두 개의 종이를 준비하라 합니다. 하나에는 '우리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먼지 같은 존재'라고, 다른 하나에는 '전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적어둡니다. 앞에 것은 교만함과 거만함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고, 뒤에 것은 우리 안에 숨은 재능을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땐 앞의 종이를, 우울할 땐 뒤의 종이를 꺼내보는 겁니다. 그 균형이 중요합니다."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앤젤라 북달(52) 미국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 수석 랍비. 그는 유대인의 교육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대담의 주제는 '이스라엘 유대교와 한국의 만남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였고, 대담자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였다.

유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북달 랍비는 5세 되던 해에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서는 '혼혈'이었고, 미국에 가서는 '반한국인'이었고, 어머니 혈통을 중시하는 유대인 사회에서는 '한국인'이었다. 그는 유대교를 택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뉴욕 시나고그의 수석 랍비가 됐다. 여성으로선, 아시아계 랍비로선 최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서울대 이스라엘교육센터 개소를 기념한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북달은 "아시아계 랍비로서 이스라엘교육센터를 통한 양국 교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대인과 한국인을 비교하던 이 담임목사는 "가족, 교육, 자기계발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지만, 한국에서 교육은 너무 대학 입시에만 맞춰져 있어 가정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북달은 유대교의 핵심 중 하나인 안식일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유대인은 안식일에 TV, 전화 모두 꺼놓고 오직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며 "그런 의미에서 안식일은 가족 공동체의 날"이라 강조했다. '두 개의 종이' 같은 가정 교육은 안식일에 이뤄진다.

안식일 문화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북달은 "한국인의 저출생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유대인이 아이를 많이 낳는 데 기여한 것 중의 하나로 '안식일' 문화"라고 말했다.

이날 북달은 영어로 이야기하다 간간이 한국말로 농담을 던지거나, 직접 기타를 치며 '아리랑'을 불러 보이기도 했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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