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최다' 20승 도전 박민지 "'행운의 언덕'은 내 무대… 즐겁게 도전하겠다"

조수영 2024. 6. 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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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막 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박민지, 디펜딩챔피언으로 3연패 도전
우승시 투어 20승… 구옥희·신지애와 타이기록
"자신없는 샷 없는게 무기…몰아치기 보여드릴 것"
사진=이솔 기자

"루키시절, 막연하게 '20승을 이루면 은퇴하겠다'고 말하곤 했어요. 말 그대로 꿈의 숫자 같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젠 달라요. 20승도 해내고, 골프도 오래오래 할겁니다. 물론 '행운의 언덕' 포천힐스CC에서요(웃음)."

한 대회 4연패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 역사를 써낸 박민지(26)가 또 하나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대회 3연패, 그리고 투어 통산 최다승인 20승. 무대는 20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개막하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다. 박민지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포천힐스CC는 유독 좋은 기억이 많고 그 어느 코스보다 자신있는 곳"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20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아픔 딛고 정상 복귀…이번엔 3연패 도전

올 시즌, 박민지는 한국 여자골프 역사의 여러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달 E1채리티오픈에서 공동 3위로 누적상금 57억9778만원, 역대 투어 누적상금 1위에 올랐다. 지금은 누적상금 69억4878만원으로 투어 최초 60억 원 돌파 기록까지 갖고 있다. 
 이달 초에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 투어 최초로 동일 대회 4연패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산 20승으로 고(故) 구옥희, 신지애와 나란히 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박민지는 거침이 없었다. 2021년 2022년 매해 6승씩 휩쓸며 KLPGA투어의 최강자로 군림했고,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2번의 타이틀 방어에 성공해 '또민지(또 우승은 민지)'를 재현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때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우승을 하고, 많은 상금을 받으면서도 늘 스트레스가 심했고 마음에는 독기를 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이솔 기자

지난해 가을, '3차 신경통'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신경계 희귀질환으로 머리쪽에 바람만 스쳐도 '죽을듯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박민지답지 못한 플레이가 이어졌고, 큰 대회가 몰려있는 10월에는 투어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하는 겨울에는 통증이 더 심각해졌다. 박민지는 "지난 겨울,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원래는 은퇴를 빨리 해서 놀고 싶었는데 '미리보기'로 은퇴생활을 경험해보니 최대한 늦게 은퇴해야겠다 싶더라"며 웃었다.

투어 활동에 대한 감사함을 깨달은 것도 이때다. 그는 "아프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의 감사함을 느꼈다"며 "이제는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일상의 작은 것, 주변 사람들과의 행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자신없는 샷 없는게 비밀병기" 

투병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었기에, 셀트리온퀸즈 마스터스 우승은 그에게 더욱 값졌다. 독하기로 소문난 박민지이지만 우승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우승상금 2억 2000만원을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자신의 후원사인 NH투자증권의  농협 계열 공익재단인 농협재단, 치료를 받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에 각각 1억원, 소외계층 지원 단체인 우양재단과 모교 고려대 세종캠퍼스에도 각각 100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제가 아파보니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기부 결심을 설명했다. 

박민지는 이번에도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박민지는 유일하게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다. 2022년에는 박지영과의 연장전 끝에 진땀승을 거뒀고, 작년에는 2라운드부터 무서운 몰아치기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당시 박민지는 위기의 순간마다 그림같은 칩인버디를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그 힘으로 트로피까지 움켜쥔 바 있다. 그는 "지금 샷감과 퍼트감이 굉장히 좋다"며 "자신 없는 샷이 없다는 것이 이번 대회에서의 비밀병기"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회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총 상금 14억원, 72홀 대회로 변신했다. 박민지는 "저 역시도 언제 20승을 달성할지 기대가 된다"며 "체력을 잘 분배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치다가 한번에 몰아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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