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vs 학대…'목줄 채우고 옆구리 차기' 반려견 훈련법 논란

한송아 기자 2024. 6. 18.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애견협회 등 반발…"용납할 수 없는 훈련법"
댕쪽이상담소측 "절대 감정 전달하지 않는 게 포인트"
댕쪽이상담소에 올라온 산책할 때 짖는 강아지 훈련 영상 (댕쪽이상담소 유튜브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어둠의 개통령'이라 불리며 13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댕쪽이상담소'의 훈련사가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채널 영상 댓글에는 '이게 훈련인가 학대인가'에 대한 누리꾼들의 논쟁이 치열하다.

18일 한국애견협회 등 반려견 훈련 관계 기관에서는 논란이 된 영상에 반발하며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라는 입장을 냈다.

댕쪽이상담소의 반려견 훈련 영상들을 보면 비포, 애프터가 극명하다. 김태우 댕쪽이상담소 대표 훈련사는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빠르게 고치겠다며 강아지의 목줄을 세게 채우거나 들어 올린다. '인사이드 블로킹'이라며 발로 반려견 옆구리를 차기도 한다.

훈련을 받는 반려견들은 짖거나 입질하는 등 문제로 지적된 행동을 멈추고 상황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호하면서도 다소 과격한 훈련에 행동이 빠르게 변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본 보호자와 일부 누리꾼들은 '사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댕쪽이상담소가 올린 쇼츠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다양한 채널로 재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김 훈련사가 이력으로 내세운 공인 자격증을 발급한 한국애견협회에서는 논란이 된 훈련 방법에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뉴스1에 "영상에서 보이는 훈련 방법을 협회 자격시험을 볼 때 하나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격 처리된다"며 "한국애견협회 자격으로 훈련사 활동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김 훈련사를 탈퇴시켰다"고 전했다.

반려견 훈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김 훈련사의 강압적인 훈련 방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경선 국제반려동물교육문화원 원장은 "동물보호법에서 목줄을 들어 올리거나 발로 차는 등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며 "반려견이 싫어하는 혐오 자극을 사용하는 부정강화 교육은 단시간에 문제 행동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기고 오히려 문제 행동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이어 "미국, 영국 등 국제 훈련사 협회에서도 강압적인 훈련 방법의 사용을 경고하고 있다"며 "부득이 사용하더라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법이지만 영상이 확산하며 보호자들이 따라 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훈련사는 본인의 훈련 방법에 '블로킹'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댕쪽이상담소 유튜브 갈무리) /뉴스1

김 훈련사가 훈련 기술로 인용하는 '블로킹'도 본래 뜻과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기우(알렉스 리) 카렌 프라이어 한국 아카데미 매니저는 "보디 블로킹(body blocking)은 사람이 개와 개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대상 사이에 껴서 움직이지 않고 막는 행동으로, 반려견의 시야를 차단해 집중력을 끌어내는 기술"이라며 "사람이 움직여서 개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물리력을 가하는 기술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의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훈련사 윤리강령의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는 데 비해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기준이 미흡한 상황이다"라며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등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둔 만큼 윤리 의식이 없는 종사자는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더불어 모든 것을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 없기에 산업계에서 자정 움직임도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한 김태우 훈련사의 입장은 어떨까.

김 훈련사는 뉴스1에 "학대는 이유 없이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말하는데, 내가 다루는 개들은 대부분 심각한 문제 행동을 가지고 있다"며 "여러 차례 교육에 실패한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받고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행동 교정을 사실 그대로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극에 내성이 생겨 무뎌진 개들에게 직접 고안한 넛지(옆구리 찌르기)나 인사이드 블로킹(발 안쪽으로 차기) 같은 기술을 강도를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라며 "모든 개에게 똑같은 훈련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으면서 자라왔지만 학대라고 느끼지 않은 것처럼 내가 하는 훈련법 또한 절대 감정 전달을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고 전했다.

일반인들이 따라 하면 위험한 방법이란 지적에는 "영상을 올릴 때 보호자들이 원리와 방법을 모른 채 함부로 따라 하지 말고 전문가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고 답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