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10년째 최저인데, 물가는 고공행진···사람답게 살자”
중학교 청소노동자 김모씨(64)의 월 수입은 세후 190만원이다. 10년을 일했는데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남편과 사별한 후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김씨는 배달주문도 외식도 하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아껴 저축을 한다. 김씨는 “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서글프다”며 “정말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도로 월급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마트·요양보호사 등 서비스업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낮은 최저임금 인상폭으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서비스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서비스연맹은 지난달 8일부터 14까지 마트·요양보호사·학교비정규직 등 서비스노동자 238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 201만원에 그쳤다. 가구소득은 502만원으로 전체 국민 평균 가구소득인 634만원에 훨씬 못 미쳤다. 근무경력이 5년 이상인 응답자가 76.7%에 달했다.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숙련도와 근속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응답자 62.8%는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경제생활이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2024년 최저임금 인상폭(2.5%)보다 소비자물가 상승폭(3.6%)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7.4%는 “물가가 매우 올랐다”고 했고, 80.6%는 “최저임금 결정에 물가상승을 반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우려되는 요인으로는 ‘물가상승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정부’가 3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93.2%는 노후가 불안하다고 했고, 70.4%는 ‘노후준비 필요성을 느끼지만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후준비를 못 하고 있는 이들의 96.9%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백 연구위원은 “응답자의 73.3%가 50대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10~20년을 일해도 딱 최저임금만큼만 임금이 인상되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최저임금위원회가 외면해선 안 된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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