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주주 이혼소송 올인 SK그룹, 타당한가
대주주 개인과 SK그룹, 혼재된 기자회견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최 회장 지원
SK그룹, 대주주 이혼소송에 휘말리지 않기를
재산 분할액 산정과정에 오류 주장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최태원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이 날 기자회견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과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이 나서 지난 항소심 재판부 판결에 대한 SK 그룹 차원의 입장을 밝히기로 한 자리였다.
재산 분할액 산정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렇지만 최 회장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고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입장 설명과 함께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친데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오류는 최 회장의 변호인이 조목조목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아내 노소영 관장의 재산 분할액을 과다하게 계산했다는 것.
지난 1994년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SK C&C, 옛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를 사들였고, 이 주식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사망한 1998년 한 주당 5만 원으로 평가됐는데,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쳐 2009년 3만 5천650원에 상장됐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가 액면분할 부분을 간과해 주식 가치를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사실상 100배의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자신은 스스로 기업을 크게 키워낸 '자수성가형'이 아니라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상속승계형'이고 그 만큼 아내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 역시 줄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초 이 재판은 쿠테타로 집권한 전직 대통령의 딸과 불륜을 저지르고 혼외자까지 둔 재벌2세 회장간의 이혼 소송이란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뜻밖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제공한 300억 원의 비자금으로 오늘날 SK증권 전신인 태평양증권을 인수했다는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1조3800억원을 노소영관장에게 분할하란 판결은 그래서 내려졌고 이후 논란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직당시 조성한 불법 비자금은 국고로 환수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추징금 2628억원을 2013년 모두 납부했고 또 이미 사망한 상태여서 추가 범죄 수사에 필요한 공소권조차 사라진 상태이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그럼에도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서린빌딩 기자회견은 이혼 소송당사자인 SK그룹 대주주 개인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혼재된 채 이뤄졌다.
최태원 회장은 '본인뿐 아니라 SK그룹의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돼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혼소송의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고도 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그룹 주요 계열사CEO들이 참석하는 사실상 그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이번 소송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대주주 최 회장이다.
그럼에도 그룹차원에서 대주주의 이혼소송을 지원하고 감싸는 상황을
글로벌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권력자의 비자금이 그룹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다투는 이번 소송과정은 여전히 성숙되지 못한 대한민국 재벌그룹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재벌경제력 집중 및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입법과제 간담회'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유찬 고려대 교수는 대한민국 기업구조의 현실은 '경영자(총수)가 회사 또는 주주가 아니라 본인에게 충성하는 구조'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개인 가정사로 인해 SK그룹 이미지가 훼손되고 임직원들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됐다면 SK그룹은 원인 제공자인 대주주 최 회장을 상대로 먼저 손해배상요구나 구상권 청구같은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한 일 아닌가.
그게 아니면 SK그룹은 대주주의 개인소송에 휘말리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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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성기명 논설위원 kmsu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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