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군관학교 100주년...시진핑은 ‘통일’ 라이칭더는 ‘대만 수호’ 외쳤다
양안 긴장 속 ‘정통성 경쟁’ 분석도
한국 독립운동가 수백 명 황포군관학교 거쳐
중국 최초의 근대식 사관학교인 황포군관학교 설립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각각 ‘통일 촉진’과 ‘대만 수호’ 메시지를 내고 대립했다. 시진핑은 이 학교가 공산당·국민당 합작의 산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라이칭더는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한 뒤 학교가 대만으로 옮겨온 역사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안마다 ‘정통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포군관학교는 한국 독립운동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국내 활동이 어려워진 독립운동가들은 군사 훈련을 받기 위해 황포군관학교에 몰려들었다. 신흥무관학교·의열단 등 무장 독립 단체 설립과 광복군 창설의 디딤돌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국회의사당 격)에서 열린 ‘황포군관학교 설립 100주년 겸 동창회 창립 40주년 좌담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축하 편지가 낭독됐다. 시 주석은 “황포군관학교는 제1차 국공합작의 산물이며, 혁명군 간부를 양성한 최초의 학교”라면서 “새로운 여정에서 황포군관학교 동창회는 애국·혁명의 ‘황포 정신’을 지속적으로 선양하고 ‘반독촉통(反獨促統·독립 반대와 통일 촉구)’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포 정신을 ‘양안 통일, 대만 독립 반대’로 규정한 것이다. 대만연합보는 “중공 통전부가 대만에 거주하는 퇴역 군인과 생도 후손들도 좌담회에 초청해 숙박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중국 서열 4위인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은 좌담회에 직접 참석해 “시진핑 총서기(일인자)의 축하 편지는 황포군관학교의 역사 공헌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황포 동창·후손들의 조국 통일 대업 추진을 재차 당부했다. 광저우에 있는 황포군관학교 옛터 등에서도 각종 기념행사가 열렸다.
황포군관학교를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대만 가오슝의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전날 별도의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엔 라이칭더 총통이 직접 참석해 ‘대만 수호’를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모든 교관과 생도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전과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중국 본토가 ‘대만 병합’을 위대한 부흥으로 간주하는 것이 최대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을 수호하는 중책을 용감히 감당하라”고 했다.
라이 총통은 ‘황포 정신’을 대만 수호로 규정하면서 황포군관학교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0년 동안 역사와 상황이 바뀌었더라도 중화민국(대만)이 있는 곳엔 ‘황포 정신’이 있었다”면서 “중화민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싸우는 것이 진정한 육군사관학교”라고 했다. 100주년 음악회 포스터에서 학교 역사를 서술하며 ‘공산당 퇴치’만 언급하고 공산당과 함께한 항일은 다루지 않는 등 중국과 관련된 역사는 최대한 축소됐다.
황포군관학교는 국민당을 이끌던 쑨원이 1924년 6월 16일 광저우 황푸에 세운 군 간부 양성 기관으로, 같은 해 이뤄진 제1차 국공합작의 산물로 평가된다. 국민당의 장제스(대만 초대 총통)가 교장, 공산당의 저우언라이(전 중국 총리)가 정치부를 맡아 국민당과 공산당의 협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학교는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을 거치며 부침을 겪었고, 1949년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한 뒤 장제스는 황포군관학교를 계승하겠다며 대만 가오슝에 육군사관학교를 세웠다.
☞황포군관학교
중국과 대만에서 모두 위인으로 존경받는 쑨원이 1924년 6월 16일 중국 광저우 황푸(황포)에 세운 군사·정치학교. 일제(日帝)와 봉건 군벌에 맞서 싸울 목적으로 국민당과 공산당이 힘을 합쳐 창설했다. 훗날 대만 초대 총통이 되는 국민당의 장제스가 교장, 중국 총리가 되는 공산당의 저우언라이가 정치부를 맡았다.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 과정에서 우한·난징·청두 등으로 옮겨다니다 1949년 국민당이 내전에서 패한 뒤 대만으로 옮겨갔다. 장제스는 1950년 가오슝 펑산에 황포군관학교의 계승을 내세워 대만 육군사관학교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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