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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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는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과학자 여럿이 세상을 떠났다.
특히 해당 분야에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대중을 위한 글쓰기로 유명한 과학자(넓은 의미에서)가 세 사람이나 있다.
심리학자로서 2002년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생각에 관한 생각'을 비롯해 대중서 몇권을 남겼다.
필자가 특히 더발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건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젊은 75살에 위암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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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올해 상반기에는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과학자 여럿이 세상을 떠났다. 특히 해당 분야에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대중을 위한 글쓰기로 유명한 과학자(넓은 의미에서)가 세 사람이나 있다. 심리학자로서 2002년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생각에 관한 생각’을 비롯해 대중서 몇권을 남겼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명저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등 수십권의 책을 써 신경생물학, 인지심리학, 인공지능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장류학자 프란스 더발(드발)은 34살이 되던 1982년에 인간만이 정치적 동물인 건 아님을 생생히 보여준 책 ‘침팬지 폴리틱스’로 화려하게 등단한 뒤 유인원뿐 아니라 많은 동물의 풍부한 감정과 똑똑한 행동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책들을 펴냈다. 이솝 우화가 단순히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은 아니었던 셈이다. 필자가 특히 더발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건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젊은 75살에 위암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3월14일 더발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인간은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이어졌다.
지난달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유인원인 오랑우탄이 약초를 씹어 수액과 으깬 덩어리를 얼굴의 찢어진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관찰한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자들의 논문이 실렸다. 동물이 구충제 성분이 있는 식물을 먹는 행동은 관찰된 적 있지만, 사람처럼 약효를 높이려고 사전 처리를 하는 장면이 포착된 건 처음이다.
역시 지난달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송장까마귀의 놀라운 지능을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독일 튀빙겐대 연구자들은 송장까마귀 세마리에게 숫자를 보여주거나 소리를 들려준 뒤 그 횟수만큼 울(발성할) 때 보상을 주는 식으로 훈련했다. 그 결과 넷까지 셀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2’를 보여주면 ‘깍 깍’, ‘4’를 보여주면 ‘깍 깍 깍 깍’으로 반응했다. 사람만이 발성으로 수를 표현하는 인지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다.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 사이트에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자들의 흥미로운 논문이 올라왔다. 아프리카코끼리가 무리의 수십마리 구성원을 각각의 이름으로 부른다는 내용이다. 후각이 고도로 발달한 코끼리는 체취로 구성원을 식별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사람처럼 각자에게 추상적인 이름을 붙여 호출한다는 사실은 동물 가운데 첫 발견이다.
2019년 출간한 더발의 책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의 원제는 ‘마마의 마지막 포옹’(Mama’s last hug)이다. 마마는 암컷 침팬지의 이름으로, 더발의 지도교수인 얀 판호프와 44년 전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어느 날 백발의 팔순 노인 판호프가 노환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웅크린 채 죽음을 앞둔 59살 마마를 찾은 일화로 더발은 책을 시작했다. 당시 포옹 동영상을 찾아보고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더발은 병상에서도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과정을 다룬 내용으로 내년에 출간할 예정이다. 그의 유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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