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사태 시 핵시설점거 기계화부대 차단”…北 대전차 방벽 구축 왜?[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북한군이 지난 4월 이후 군사분계선(MDL) 북쪽 비무장지대(DMZ)인근에 길이 최대 수백m에 이르는 대전차 방벽 추정 콘크리트 건조물 4개를 최근까지 건설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건설 중인 대전차 방벽은 동·서·중부 전선 등 전 전선에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높이는 4∼5m에 콘크리트로 타설했으며, 길이 수m에서 수백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경선’ 강화 지시까지 내리다 보니 ‘한반도판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동서독 베를린과 달리 155마일(248㎞), 실측 길이 약 241㎞ 전체에 걸쳐 산지와 구릉이 많은 지역에 장벽을 설치한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적 여건 또는 군사작전상 불가능에 가깝다.
올해 4월부터는 북방한계선(DMZ 북쪽 2㎞) 등 전선지역 여러 곳에 다수 병력을 투입해 경계능력 보강을 위한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미상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군은 DMZ 내 10여곳에서 1곳당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을 동원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군이 하루에 최대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을 동원해 DMZ 내 작업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DMZ 북방한계선 일부 지역에 건설 중인 방벽은 국경선 역할을 하는 장벽이라기보다는 대전차 장애물로 평가하고 있다.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은 DMZ 출입문 역할을 하는 북측 통문 4곳에 4∼5m 높이로 건설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을 DMZ 북방한계선을 따라 연결할 가능성에 대해 ”산악지역에까지 대전차 방벽을 설치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합참의 다른 관계자는 ”군사분계선(MDL)을 소위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활동과의 연계성은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MDL의) 국경선화 가능성은 있으나, 현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군의 여러 활동에 대해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월남 및 귀순 차단 등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며 ”과거 귀순자가 발생했던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관측의 용이성 제고를 위해 불모지 조성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앞으로 북한은 기상과 작업병력 및 자재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DMZ 내 작업지역을 점차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군 당국은 보안·작전상의 이유로 이 대전차 방벽이 설치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공개된 사진 및 최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지난 9일과 18일 두차례에 걸쳐 월경한 지역 등을 종합해보면 대략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침목 제거 작업이 진행된 동해선이 있는 강원 고성 7번 국도 일대, 강원 철원, 경기도 파주 등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의 공통점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 전차 등의 남침로로 활용한 평지로, 군사적으로 전차·장갑차 등 기계화부대가 이동하는 주요 축선에 해당한다.
군 당국은 대전차 방벽 추정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이유에 대해 ”유사시 북한군 및 탈북자의 이동로를 봉쇄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콘크리트 대전차 방벽을 DMZ내 철책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설치한 이유는 유사시 기계화부대의 이동로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권력투쟁 등 여러 요인으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량 탈북자 등이 발생해 갑자기 휴전선으로 몰릴 사태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는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작계)에 따라 북한이 남침 후 반격을 개시한다든지, 북한 급변사태 발생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 역시 한미연합군의 반격 등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기동성이 뛰어난 미국의 스트라이커여단을 비롯한 기계화부대의 접근을 차단 또는 이동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대전차 방벽을 주요 군사축선상에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미 특수부대 요원들은 북한의 남침 및 급변사태 등 유사시에 대비해 작계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북한 핵시설 등을 점거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북한은 이와함께 DMZ 내 남북 연결도로 등 군사적으로 주요한 이동로에 지뢰매설 작업을 완료했다. 최근 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 당국이 18일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올해 1월경 완료했고, 경의선과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최근에는 동해선 가로등과 철도 레일 등을 제거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전선지역 일대 우발상황 발생에 대비해 북한군의 전선지역 활동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유엔군사령부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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