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나오 작곡가의 악보가 답이더라고요” 박은미의 ‘벤자민 버튼’ 이야기

양형모 기자 2024. 6. 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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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벤자민 버튼’에서 재즈클럽가수 ‘블루’를 맡은 박은미.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박은미라는 배우를 꽤 오래 보아왔다. 처음 인터뷰를 했던 것은 2009년 뮤지컬 ‘올슉업’ 때였다. 주인공 ‘엘비스’를 맡은 god 출신 손호영과 함께 한 더블인터뷰였는데 박은미는 ‘나탈리’ 역이었다.

“이 친구는 뭘 해도 매력 있어요. 이런 동생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오죽하면 제가 이 친구한테 호적 파서 동생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니까요?” 하던 손호영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맹렬히 활동하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휴식기를 가졌던 박은미는 컴백하자마자 완연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캐릭터도 연기도 폭이 넓어졌다. 요즘 박은미는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남자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벤자민 버튼’에서 그의 연인 ‘블루’로 살고 있다. 9살 소녀부터 죽음을 앞둔 치매 노인까지, 한 여인의 일대기를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 가는 중이다.

박은미의 ‘벤자민 버튼’ 그리고 ‘블루’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벤자민버튼’은 깊게 들어갈수록 놀라울 정도로 심오한 문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자민은 평생 답을 찾고자 했고, 답을 찾았지만 어쩐지 그 답은 벤자민이 품고 있던 질문보다 훨씬 더 거대해져 버린 것 같기도 하거든요.

“벤자민의 처음 질문은 ‘나의 시간은 왜 거꾸로 가는가’였어요. 하지만 답을 얻은 후에는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것’이 되었지요. 저 또한 허망한 질문으로 저 자신을 괴롭히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 결국 인생에 관한 질문과 인생에 대한 답이로군요.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들 하지요. 공감합니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서, 또 저의 짧은 인생 경험을 통해서 말하자면, 인생에 오답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사랑하지 않는 것!”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한 장면.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 누군가는 나이가 들어가고, 누군가는 나이를 덜어갑니다. 벤자민과 블루는 물리적으로 출발점이 정반대에 있는 기차를 타고 있지만 그 종착역은 서로의 출발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이를 제대로 먹으나, 거꾸로 먹으나 결국 종착역은 죽음이니까요. 하지만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맞이하는 벤자민과 블루. 닮은 듯 다른 것 같습니다. 

“일단 ‘들어간다’와 ‘덜어간다’라는 펀치라인 멋집니다!(웃음). 인생의 유한함이 주는 선물 중 하나는 절박함이라고 생각해요.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우린 이렇게 절박하지 않을 거예요. 벤자민이 평생을 기다려도 3분 알아보고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이고, 블루가 그만 모두 용서하자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이 작품에서는 ‘스윗스팟’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모든 인생에는 스윗스팟이 한번은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스윗스팟에 대한 사람들의 삶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1) 내 인생에 스윗스팟 따위는 없다고 여기는 사람2) 스윗스팟을 평생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사는 사람3) 또 다른 스윗스팟을 기대하면 사는 사람4)  하루 하루 작은 스윗스팟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 

박은미 배우는 어떤가요? 

“어떤 배우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자기 대표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최근작이 제 대표작입니다’라고 대답한 인터뷰가 기억나요.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좋은 시절이 아니어서도 아니고, 후회되는 일이 없어서도 아니라, ‘그때의 나는 또 그랬을 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이유로 4번에 가까운 것 같아요. 

- 저 역시 4번을 고르실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만(웃음). “즉흥 뮤지컬(아마도 그가 4개 시즌이나 참여하고 있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말하는 듯)을 하면서도 많이 배웠는데요.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나 다운 선택을 합니다. 다만 ‘만들며’ 산다기보단, 매일 스윗스팟이라 ‘여기고’ 사는 것 같아요. 매 공연 전에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항상 떠올려요. 만나는 저장할 수 없는 식품이에요. 저장하면 썩어서 못 먹거든요 그래서 그날 주어지는 것을 최대한 누리려고 합니다.”

- 블루는 가수입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넘버들을 소화해야 하는데요. 박은미 배우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부담이 대단했습니다. 음역, 기교, 음계, 리듬 그리고 연기력. 모든 게 갖춰져야 했어요. 일단 한국어로 재즈를 부르는 가수는 다 찾아 들었던 거 같아요. 각 넘버마다 연상되는 가수들의 레퍼런스를 다 찾아서 연구했고요, 블루스 노트에 적응하기 위해서 재즈 하농을 스케일 삼아 연습했습니다.”

- 엄청난 노력인데요. “그런데 결국 제일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이나오 작곡가님의 악보 그 자체였습니다. 말하는 억양 자체를 멜로디로 쓰신 듯 초견하며 바로 말이 되었어요. 하나 예로 들자면 ‘불안에의 초대’에서 같은 동기가 반복되는데 절마다 베리에이션이 돼요. 1절에 없고 3절에만 나오는 쉼표는 노인이라 급하게 노래하기 힘들어서 큰 숨을 몰아쉬는 힘듦을 표현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쉼표 음표 셈여림 하나하나 안 놓치고 동기 삼아 촘촘하게 채우려 노력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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