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바닥에 술 쏟고 "망하게 해줄게"…'갑질' 공무원 결국

치킨집에서 한 남성 손님이 잔에 든 맥주를 바닥에 버리는 모습 /영상=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대구의 한 치킨집에서 구청 공무원이 맥주를 쏟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구청장이 사과했다.

대구 중구청은 18일 구청 홈페이지에 중구청장 명의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구는 "물의를 일으킨 중구청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한 방송 및 인터넷 커뮤니티 논란에 대해 해당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들께 사과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중구청의 중요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중구청 직원 전체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행정적 조치를 약속했다.

구는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직원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으며, 보다 낮은 자세로 올바른 구정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거듭 업체 사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직원 없이 아내와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며칠 전 손님이 흘린 술을 앞에서 닦았다가 "장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항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홀 마감 직전에 이미 술을 마신 상태로 가게에 들어왔다. 이들은 치킨과 술을 주문했는데, 음식을 내간 뒤 A씨 아내는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흥건한 모습을 확인했다. A씨가 올린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통로 쪽 테이블에 앉은 남성 한 명은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바닥에 버렸다.

A씨의 아내는 키친타월로 테이블 쪽 맥주가 가득한 곳을 닦았고, 이후 손님들은 계산을 마치고 나갔다. 하지만 이내 다시 들어온 이들은 "내가 돈 주고 사 먹는데. 바닥에 오줌을 쌌냐? 맥주를 흘릴 수도 있지. 먹튀를 했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부자 되겠다" 등의 말을 하며 삿대질을 했다.

이 중 한 명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