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신속심의’ 계속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부와 여당 비판 보도에 대해 ‘신속심의’ 안건을 처리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신속심의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방심위는 1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소위원회를 열고 15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중 신속심의 절차로 부의된 안건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의 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다. 지난해 류희림 방심위원장 부임 이후 방심위는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출범했고, 올해부터 센터는 운영이 종료됐지만 신속심의 제도는 상설화됐다.
이날 회의에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지난 4월9일 방송분에 대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진행자가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 고백 연설’을 언급하면서 유포된 모든 영상에 가상이라는 제목이 달린 것처럼 말하고 허위조작영상을 풍자로 단정했다며 민원이 제기됐다. 류 위원장은 “(윤 대통령) 당사자 발언이 아님에도 실제 발언한 것처럼 오인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풍자라고 보기 무리가 있다”면서도 “심의 규정을 위반했지만 법정제재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지난 4월23일 방송분은 방송사업자의 소명을 듣는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출연자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당내 채팅방에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 표시 및 지지율 그래프 등을 올렸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민원이 제기됐다. 민원인은 출연자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측이 고령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가석방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객관성 조항을 위배했다며 문제로 봤다. 문재완 여권 추천 위원은 “출연자는 취재원이 확실하다고 하는데 (누군지) 밝히지를 않는다”고 했다.
여권 위원들이 신속심의 제도를 자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방송심의소위원회 신속심의 회부 안건 목록’을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신속심의 안건 23건 모두 류 위원장과 여권 위원들이 제의했다.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용 보도’에 대한 방심위 법정제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MBC의 ‘바이든-날리면’ 관련 후속 보도 등이 포함됐다.
윤성옥 야권 추천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두 방송이 신속심의 안건으로 채택된 이유를 수긍할 수 없다”며 “신속심의를 주로 윤 대통령 비판 보도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방심위의 한 직원도 지난달 기자와 통화하면서 “신속심의 절차와 관련된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며 제도 정당성도 부족하다”고 했다.
류 위원장을 비롯해 현재 방심위원들은 다음달 22일과 8월5일 임기를 마친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12211722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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