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언론=검찰 애완견' 논란에 野내부 옹호·수습·비판 엇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9년6개월 판결을 받고 자신도 검찰에 추가 기소되자, 갑자기 해당 혐의 등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민주당 내에서 옹호·수습·비판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의 문제 발언 나흘째인 18일에는 드디어 '이재명의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 비판 발언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일단 일반화의 오류가 있는 것"이라며 "표현도 사실 당 대표, 또 정치 지도자가 하는 표현으로는 제가 보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최 전 수석은 "특히 친명계 의원들이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는 건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것도 결국은 이 대표에게 도움이 안 되는 지원사격"이라고 꼬집었다.
최 전 수석은 "(이 대표 발언은) 사실과 어긋난 부분도 있었다. 이 대표가 발언하신 내용 중에, 안부수 재판 판결문과 이화영 재판 판결문이 쌍방울(이라는) 똑같은 주체를 놓고 하나는 '주가 부양(목적)', 하나는 '방북 비용 대납'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인용을 한 것인데,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결격된 채로 공격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이 대표가 굉장히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기본적인 필터링 내지는 검증도 못 하고 이렇게 (발언)한 것은 좀 의외였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외에 객관적인 리더십, 능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부족하다고 얘기를 해왔는데 이번에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 채로 이런 강한 주장을 하신 것에 대해서 역시 그런 문제가 또 나타난 것이 아닌가"라고 혹평했다.
최 전 수석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그렇게 할 만하다. '애완견'이라고 표현을 한 것도 그렇지만 보도한 것 자체에 대해서 그걸 '받아쓰기'라고 했지 않느냐"며 "보도하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언론' 내지는 '특정 언론' 이런 표현을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했다. 그게 실책"이라고도 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전 의원(현 개혁신당 특보단장)도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이번에 이화영 부지사 1심 판결이 나온 후에 많이 다급해진 것 같다. 당황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 전 의원은 민주당 양문석·노종면 의원 등이 이 대표 발언을 감싸고 나선 데 대해 "방어에 나선 분들이 애완견 아니냐. 언론이 애완견이 아니고"라고 쏘아붙이며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당 대표(에게) '나 이렇게 충성 다해, 나 이렇게 진심이야, 실드 내가 다 치는 거야'. 개딸들 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애완견 행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수습에 진땀…李 본인 사과는 없어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하던 중 언론 카메라 앞에 서서 "검찰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면 그것을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은 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 사실이 나오더라도 언론은 그 점에 관해 관심을 안 가진다"며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기자협회,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단체로부터 비판과 사과 요구가 나왔지만, 이 대표는 발언 나흘째인 이날까지 별도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이야기한 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준 것을 받아서 그 검찰발 기사만 쓰고 다른 정황들이 다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쓰지 않은 그 기자를 향해서 표현한 것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모든 기자를 향해서거나, 아니면 일반 기자를 향해서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검찰이 그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조작한 내용을 받아쓴 기자들에게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렇게 했을까라고 생각하고, 모든 기자들에게가 절대 아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전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언론인 여러분 절대 그렇지 않다. 양해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이 대표 발언에 이어서 양문석 의원 등이 오히려 일을 키우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서 최고위원은 "그래서 제가 수습하지 않느냐"며 "그 내용은 정말 억울하다. (이 대표가) 정치하고, 야당 대표고,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은데 지금까지도 국회로 체포영장이 들어와서 그것도 기각되지 않았나. (중략) 너무나 많은 것들이 검찰발로 기사가 그렇게 쓰여지면서 억울하게 전파되고 그게 재판까지 영향을 미치니까 그것만 받아 쓴 기자들을 향해서 한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서 언론 여러분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도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날 이해식 당 수석대변인이 최고위 결과 브리핑에서 "검찰이 당 대표를 후안무치하게 기소한 데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그냥 받아쓰기 하는 행태에 대해 언론학에서 널리 공인되고 있는 워치독, 랩독이라는 공식적인 용어를 인용해서 항변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나름의 사태 수습 시도로 풀이됐다.
친명계 "애완견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라", "언론이 발작증세"
반면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야권 단독으로 소집한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2017년 1월 12일자 JTBC <뉴스륨>의 '앵커브리핑' 동영상을 틀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이 언론의 역할을 워치독(감시견), 랩독(애완견), 가드독(경비견) 등으로 나눠 설명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한 해직언론인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앵커브리핑의 주제·내용과는 무관하게, '애완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실제로 이날 SNS에서 쓴 글에서 "스스로 랩독이 아님을 증명하시라"며 "누군가 동료 기자가 '제 젊음을 다 바친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댓가가 이거냐?'고 울부짖을 때 그대는 어디에 있었나. 화내고 집단적으로 이 대표를 비난하기 전에 누군가 영상 속 언론인처럼 '나는 랩독이 아니다, 워치독이다!' 외쳐 보시라"고 했다. "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조사 결과라며 "한국언론 신뢰도 31%", "아시아 11개 국가 중 최하위 기록", "47개 조사국 평균은 40%"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월간 <말> 기자 출신이며 민언련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 발언을 두고 "애완견에 대한 지독한 모독", "기자연 하는 기레기를 향해 '검찰의 애완견' 운운한 건, 애완견 꿈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보통명사가 된 기레기라고 하시지 왜 그렇게 격조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는지 모를 일"이라고 막말을 해 추가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석상에서 "언론들이 여기에 대해 상당히 발작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이 사용하는 보통명사로서의 기레기 논쟁에 대해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가짜뉴스를 통해 기레기 논쟁을 막말과 망언으로 몰아치고 있다"고 했다.
당 언론개혁TF 단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문제가 커질 사안인가"라며 "검찰의 애완견, 애완견이라는 표현 자체는 사실 언론학계에서는 쓰는 내용 아니냐"고 했다. 한 의원은 "현재의 언론의 행태에 대한 문제 지적을 이 대표가 한 것 같다"며 "저는 언론에 대한 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본다"고 했다.
YTN 기자 출신인 노종면 의원은 기자협회와 언론노조의 사과 요구에 대해 "제 발언과 입장 어디에 언론 폄훼가 있던가"라며 "언론이 애완견이냐 감시견이냐는 보도로 평가받는 것이고 이 대표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고 강변했다.
노 의원은 "이 대표가 애완견을 언급하며 제시한 근거 사례들을 차분히 따져보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의원은 앞서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가) 문제가 되는 보도 사례들을 나열한 뒤 이런 행태는 애완견으로 불릴 만하다고 말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애완견 등은) 학교, 언론계, 정치사회학자도 두루두루 쓰는 표현”이라고 주장했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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