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선구매 후지불’ 대출 서비스 1년여 만에 중단

자회사 애플파이낸싱서 작년 3월 美 출시
천달러까지 무이자...6주간 4회 분할 상환
애플페이 이용시 타사 서비스 제공 방침

지난해 3월 애플이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한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 ‘애플 페이 레이터’를 소개하는 자료. [출처=애플]

애플이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한 ‘선구매 후지불(BNPL·Buy Now Pay Later)’ 금융 서비스가 1년여 만에 종료된다.

17일(현지시간)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회사 애플파이낸싱을 통해 작년 3월부터 미국 시장에 제공해온 자체 BNPL 서비스 ‘애플 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의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플 페이 레이터는 소비자들이 50~1000달러의 구매 대금에 대해 이자나 수수료 없이 6주에 걸쳐 4번 나눠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신용 대출 서비스다. 애플 페이 사용자들은 아이폰 ‘월렛’ 앱 안에서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 승인이 이뤄진 경우 온라인 결제 시 ‘선구매 후지불’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기존에 애플 페이 레이터로 받은 대출은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곧 출시될 iOS 18 업데이트를 통해 타사에서 내놓은 BNPL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페이 사용자에겐 향후 선구매를 신청하면 다른 BNPL 회사에 후지불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올 가을부터 어펌을 애플 페이를 통한 BNPL 서비스 옵션으로 추가할 예정”이라며 “씨티그룹, 싱크로니 파이낸셜 또한 애플 페이에서 BNPL 서비스를 제공할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의 이 같은 전략 변경은 과거 애플이 핀테크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에서 후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전통적 금융 서비스의 주요 공급자가 되려는 아이폰 제조사 애플의 야망이 후퇴했음을 의미한다”며 “애플은 미국 금리가 낮고 소비자들이 저금리 대출에 몰려들 때 BNPL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금리가 올라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방송도 “애플이 출시하는 모든 새 핀테크 기능과 제품이 성공하진 못하거나, 아이폰 제조사로서 전반적인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 최대 BNPL 서비스 회사인 어펌은 지난 2021년 시가총액이 약 450억달러에 달했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고금리로 인한 BNPL 대출 수요 급감으로 약 95억달러(약 13조1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애플은 자체 BNPL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우리의 초점은 사용자들에게 애플페이로 쉽고 안전한 개인적 지불 선택지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 세계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유연한 지불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