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추격자의 새 얼굴"...희망을 쫓는 '탈주' (시사회)
[Dispatch=이명주기자] "안녕하십니까. 규남이라는 현상을 만난 구교환입니다."
구교환이 새로운 얼굴을 드리운다.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으로 분해 집념의 추격을 펼친다.
그가 맡은 현상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탈주자에 총을 들이대다가 문득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매서운 눈빛을 쏘아대고는 돌아서서 상념에 젖기도 한다.
구교환이 독특한 악역을 완성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빌런. '아문센'을 든 우아한 손을 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지도 모른다. 볼수록 궁금한, 매력적인 추격자의 탄생이다.
'탈주' 측이 17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종필 감독과 이제훈, 구교환이 자리했다.
'탈주'는 액션 스릴러다. 내일을 위해 탈주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위해 추격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에 관한 이야기다.
외피는 추격전이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탈북은 하나의 소재일 뿐, 결국 너와 나의 이야기다.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이후 색다른 액션물로 돌아왔다.
이 감독은 "'탈주' 시작 즈음에 남아프리카 청년들이 유럽에 밀입국하려고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는 기사를 봤다. 그 심정이 뭘까 궁금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 "규남의 마음도 비슷할 것 같았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우리를, 인간 자체를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떠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에 팽팽한 대립이 전체 스토리를 이끈다. 구교환은 이제훈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보위부 장교 역할이다. 남한행을 택한 규남(이제훈 분)을 집요하게 쫓는다.
뻔하지 않은 추격자를 그리고 싶었다. 이 감독은 "기존 작품에서 추격자가 상대를 놓쳤을 때 아쉬워하는 걸 못 보겠더라.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구교환이 개인적인 추측을 더했다. "여유 있는 추격자의 모습도 있고 포마드 헤어, 코트, 가죽재킷 등으로 본인의 불안, 두려움을 숨기려고 치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캐릭터에 입체성도 부여했다. 이 감독은 "구교환 소속사 대표가 '내면의 탈주'를 언급했는데 확 와닿았다. 이에 포커스를 두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첨언했다.
실제로, 현상은 상당히 다층적인 인물이다. 부대를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도 보인다.
반면 감성적인 면모 또한 존재한다. 한 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은연 중에 암시되는 선우민(송강 분)과의 과거 서사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러시아 유학 시절을 떠올리는 신에서는 구교환의 피아노 연주도 들을 수 있다. 구교환은 "'5초 프레임 순간을 제대로 보여주자' 작전으로 임했다. 탄력 있는 지도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이제훈과의 연기 앙상블이 압권이다. 두 사람은 데뷔 후 처음으로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표현력으로 몰입도 높은 투샷을 완성했다.
이번 작품으로 오랜 염원을 이뤘다. 구교환은 '2021 청룡 영화상' 시상식에서 이제훈의 차기작 러브콜에 손 하트로 화답한 바 있다.
그는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한다는 게 기적 같은 일 아니냐. (이제훈이) 하트를 날렸는데 나는 영화 공부를 시작하며 이제훈을 염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후속 시리즈 출연 계획까지 세웠다. "규남과 현상의 전사가 있지 않나. 영화에선 의도적으로 많이 나오지 않는데 스핀오프나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제훈과 이 감독을 향해 각별한 믿음을 보였다. 구교환은 "작품 선택에 있어 이제훈과 감독 모두 큰 요소다. 두 사람이 텍스트 너머의 것들을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 프로덕션 중에 아이디어를 나눴다. 감독님 세계 안에서는 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한 인물을 다루는 태도에 있어 배우로서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도 구교환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특유의 창의성을 높이 평가한 것. "구교환의 제안으로 휴지 신을 촬영했다. 처음엔 그냥 '웃기다', '특이하다' 였는데 '현상이라는 인물을 관통하는 장면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만족해했다.
마지막으로 구교환은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싶은 날이 있지 않나. 혼자서 음미하고, 친구와 돌아오는 길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험을 올 여름 다시 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영화를 만들 때에는 우리 것이지만 이후엔 관객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상 그대로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한편 '탈주'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4분.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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