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불가, 바가지요금… 쓰레기 치운 명동 노점 '더 치워야 할' 것들

김하나 기자 2024. 6. 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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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국내 대표 관광 1번지 명동
오랜 시간 쓰레기 문제 고질병
올해 초부터 대대적 해결 나서
중구청과 노점상이 협업하기로
그밖에 고질적 문제도 개선 중
그러나 실천 아직은 미흡해
달라진 명동, 달라져야 하는 명동

서울 중구 명동은 '비틀어진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란 칭호가 무색하게 '낡고 더럽다'는 거다. 거리 곳곳에서 나뒹구는 쓰레기들 때문에 만들어진 이미지다. 최근 지자체와 노점상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노점 옆에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노점상이 이를 직접 치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명동이 변하려면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한다. 더스쿠프가 '명동의 변한 것, 여전한 것'을 취재했다.

명동 노점상에 '쓰레기 버려드리겠습니다'란 안내 팻말이 붙어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쓰레기 버려드리겠습니다. Give me the trash. 请给我垃圾. ごみください." 명동 길거리 점포 철제 기둥마다 붙어 있는 초록색 안내 팻말이다. 한국어ㆍ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를 망라한 팻말이 노점에 붙기 시작한 건 올 2월. 명동 노점들은 관광객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팻말과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배치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답을 찾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명동은 국내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길거리에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과 관광객을 감안했을 때 쓰레기통이 현저하게 부족했다.

2020년 터진 팬데믹 이전부터 도마에 올랐던 쓰레기 문제는 지난해 엔데믹(endemicㆍ풍토병) 전환 이후 상권이 회복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명동을 찾는 외국인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쓰레기도 덩달아 늘어난 탓이었다.

그러자 서울 중구청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월 15일 긴급회의를 개최한 중구청은 현장점검과 상인회와의 간담회를 거쳐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풀어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쓰레기 대부분이 노점의 먹거리에서 비롯되는 만큼 노점상에게 쓰레기를 처리할 책임을 맡기기로 했다.

먼저, 종량제 봉투와 팻말을 모든 노점에 배치했다. 영업이 끝난 후엔 노점에서 쓰레기를 모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도록 했다. 환경공무관ㆍ365청결기동대 등 청소인력도 늘렸다. 더 나아가 관광객 전용 이동형 쓰레기통을 도입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정책적 노력은 명동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여기저기 뒹굴던 쓰레기가 대부분 사라졌다. 관광객들은 음식을 먹은 뒤 나오는 종이ㆍ플라스틱 용기, 나무 꼬치, 컵 등 쓰레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눈앞에 보이는 노점에 가면 상인이 쓰레기를 받는다

노점에서 크레페를 판매하는 김윤택(22) 씨는 "쓰레기를 버려주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거리가 깨끗해져서인지 좋아하는 손님이 많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노점에서 칠리새우를 구입한 강민구(30)씨는 "다 먹은 후에 쓰레기를 버리기 편리해졌다"면서 굉장히 좋은 정책이란 의견을 내비쳤다.

일본인 관광객 치나츠(21)씨는 "여행 오기 전에는 명동에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 몰랐다"며 "쓰레기를 대신 버려준다고 적혀있어서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처럼 명동은 변화 중이고, 많은 이들이 명동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노점에서 카드결제 불가, 바가지요금, 위생문제 등 바꿔야 할 문제점은 여전히 숱하다. 한가지씩 살펴보자.

■ 남은 문제➊ 카드결제 = 명동 노점에서 카드결제를 하지 못한 건 케케묵은 이슈다. 얼마 전까지 명동 노점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점포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구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중부세무서와 함께 노점상 사업자 등록을 시작했다.

하지만 목표로 삼았던 '2024년 3월'이 훌쩍 지났고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노점은 아직도 숱하다. 명동 노점 250개 중 사업자 등록을 마친 곳은 183곳(이하 3일 기준), 카드 단말기를 등록한 곳은 118곳에 머물러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지자체 차원에선 카드결제 도입을 권장할 수 있을 뿐 강제하는 건 불가능해서다. 중구청 관계자는 "상인들의 협조와 우리은행의 지원으로 올해 상반기엔 카드결제 100%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몇 상인은 여전히 카드단말기 설치를 꺼리고 있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남은 문제➋ 바가지요금 = 바가지요금 방지대책의 실효성도 같은 맥락에서 물음표가 붙는다. 중구청은 노점상의 바가지요금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붕어빵ㆍ어묵ㆍ오징어구이 등 주요 인기 메뉴 10개 품목의 판매가격을 월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할 땐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명동 노점의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다른 곳에서 3000~4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탕후루의 값이 5000원에 이르는 건 대표적이다. "아무리 관광지여도 1.5~2배가 비싼 건 너무한 거 아니냐" "관광지라고 해서 값을 더 받아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중구청이 이를 강제할 수도 없다.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노점의 몫이어서다.

명동 노점상인 위생복장 일원화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남은 문제➌ 위생문제 = 풀지 못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명동 노점의 위생문제 역시 낡은 고민거리다. 중구청은 올 초 "노점 상인들의 위생복장을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위생모ㆍ마스크ㆍ장갑 등을 일괄적으로 착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명동 먹거리'란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명동 노점상 대부분은 통일된 위생 복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특히 위생모를 쓰지 않은 상인은 수두룩했다. 이 역시 지자체가 강제할 수 없어서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자체가 상인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정란수 한양대(관광학) 교수는 "명동은 관광특구이기 때문에 특구협회와 서울시가 상인들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과거 명동을 찾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도 최근엔 관광쇼핑을 줄이고 성수동 등 다른 인기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명동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다. 이런 위기감을 상세하게 알리면 상인들 스스로 변화를 시작할 거다. 아울러 현장에서 위생과 가격 투명성을 강조하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쓰레기를 직접 치우기 시작한 명동 노점은 과연 근본적인 체질까지 바꿀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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