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프로야구 효과 톡톡…OTT 시장 스포츠로 재편되나

남지은 기자 2024. 6. 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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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무료 중계 뒤 유료 전환에도 이용자수 늘어
넷플 자체제작물 역부족…웨이브와 합병 등 관심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 3개월 만에 일평균이용자수가 증가하며 효과를 보고 있다. 티빙 갈무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케이비오(KBO) 프로야구 중계를 유료화한 지 한달이 지났다. 티빙은 올해부터 3년간 연평균 450억원에 케이비오 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확보하고 지난 3~4월 무료 중계 뒤 5월 유료로 전환했다. 중계 초반 준비가 덜 된 채 마운드에 올라 야구팬의 쓴소리를 들었던 티빙의 첫 유료 이닝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야구에 울던 티빙, 야구에 웃었다. 오티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5월 일평균이용자수(DAU)는 183만명으로 지난해 전체 평균 대비 약 38% 상승했다. 1위 오티티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같은 기간 21%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유료로 전화된 5월에도 평균이용자수가 190만명으로 늘어(3월 170만명∙4월 188만명) 프로야구 중계가 이용자 유입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5월 남성 이용자수도 직전 분기 견줘 45% 증가했다. 넷플릭스(-17%), 쿠팡플레이(-13%) 디즈니플러스(-23%) 등 모든 오티티에서 남성 이용자가 하락한 가운데 나 홀로 증가세다. 오티티 관계자는 “여성 이용자도 나홀로 증가하는 등 프로야구 중계 이후 티빙의 시청층은 다양해졌다”고 봤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1~2월)부터 ‘눈물의 여왕’(3~4월) ‘선재 업고 튀어’(4~5월)까지 티빙에서 제공한 티브이엔(tvN) 콘텐츠가 연이어 성공한 것도 시너지를 냈다. 티빙의 3~5월 이용자 1인당 평균 시청 시간도 넷플릭스보다 앞서는 등 이용자들이 야구 중계 전후로 다른 콘텐츠를 보면서 티빙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 회가 공개된 지난달 28일 티빙의 총 시청 시간(250만10시간)은 넷플릭스(241만8천시간)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3월부터 이탈율이 점차 줄었고, 4월에는 국내 사업자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보다 이탈률이 낮았다.

‘찐팬구역’ 등 단순 중계를 넘어 야구를 콘텐츠화하며 즐길거리로 만든 것도 효과를 봤다. 그날 경기 중 한 경기를 톺아보는 ‘슈퍼매치’는 기획 단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프리뷰쇼’ ‘퇴근길 라이브’ 등 일반 중계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관심을 끌었다. 티빙은 프로야구 관련 무료 쇼트폼(짧은 영상)도 매일 약 45개(누적 3400개)씩 쏟아내고 있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노창희 소장은 “티빙 콘텐츠와 프로야구 중계가 시너지 효과를 냈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소통 창구에서 야구 문화가 점차 확대되며 주목할만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단순 경기 중계를 넘어 스포츠를 콘텐츠화해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 효과를 봤다. ‘슈퍼매치’ 갈무리
야구 관람 예능 ‘찐팬구역’의 한 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로 단기간에 넷플릭스와 격차를 줄이면서 국내 오티티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티티 성장에 스포츠의 중요성이 증명되면서 중계권 확보에 올인하는 분위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티빙은 지난 15일부터 유로 2024 전 경기(51경기)를 내보내고 있다. 티빙이 야구 중계에 올인하는 동안 넷플릭스는 ‘더 에이트쇼’ ‘기생수’, 디즈니플러스는 ‘지배종’ ‘삼식이 삼촌’ 등 대작을 쏟아냈지만 티브이 드라마를 편성한 티빙보다 화제성이 약했다는 점에서 오티티 자체 제작 드라마로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에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나온다. 티빙은 2022년부터 티빙 내 브랜드관에서 선보였던 파라마운트 플러스 서비스도 18일 중단한 상황이다.

오히려 그 ‘돈’으로 스포츠 중계의 볼거리를 강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구독자를 묶어두려는 분위기다. 티빙은 4디(D)캠으로 양 팀 투구 자세를 비교하는 투구 트래킹 데이터 같은 콘텐츠를 선보였고, 쿠팡플레이도 한국 프로축구를 중계하면서 하프타임쇼 등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오티티 한 관계자는 “스포츠 경기는 수개월 동안 계속된다는 점에서 록인효과(소비자를 묶어두는 것)와 신규 가입자 유치에 효과적”이라며 “단순 중계를 넘어 스포츠를 하나의 장르로 콘텐츠화하는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논의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중복 비용 절감 등으로 흑자전환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티빙은 지난해 영업손실 1420억원, 웨이브는 804억원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채널(콘텐츠)이 거의 겹치지 않아 1100만명의 월간이용자(MAU)를 유지하고, 최대 2000억원 수준의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계방송이 끊기는 등 송출 문제는 여전하다. 티빙이 지난 15일부터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을 통해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 국내 프로야구를 무료 제공한 것이 변수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티빙 이용자는 “티빙이 온라인에서 야구를 독점 제공해 마지못해 보는 이들도 많은데 우회하는 방식으로 공짜 관람이 가능하다면 매달 가입비를 내면서 구독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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