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182곳 홍수때 침수 우려…72.5%는 진입차단시설 없어
침수 우려 72.5% 진입차단시설 없어, '오송지하차도' 닮은꼴
10곳 중 3곳 피난·대피시설 전무…환경부·행안부 '업무 태만'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호우철 하천 범람에 의해 되풀이되는 지하공간 참사는 정부의 총체적 업무 태만과 관리 미흡이 한 데 모여 빚어진 결과로 드러났다.
하천설계기준을 운용하면서도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홍수방어 등급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류 투성이인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용역결과 보고서를 방치하고 홍수 취약지구에 대한 관리도 소홀했다.
또 홍수 발생 확률이 높은 곳에 위치한 지하차도의 통제 기준에 침수 위험을 반영하지 않아 전국의 지하차도 182곳이 50∼500년 빈도 강우에 의해 침수될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지하차도는 수두룩했고 피난·대피시설 설치 기준은 전무했다.
감사원은 18일 이같은 내용의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 대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하천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재난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대규모 수해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하고도 인구·자산 밀집지역 주변 하천의 제방 월류(물이 넘치는 현상)나 붕괴로 인해 수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특히 지하공간 침수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 9월 포항 냉천 범람으로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8명이 숨지고 포항제철소 가동이 멈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에는 청주 미호강의 임시제방 유실로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14명의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세부기준 마련·부실 보고서 시정 손놨다
환경부는 하천의 구간별 치수 중요도에 따라 홍수방어 등급(설계빈도, A∼D)을 구분·관리하도록 '하천설계기준'을 2018년 12월 개정하고도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선택적 홍수방어 등급'의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하천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하천의 홍수방어 수준 결정 시 구간별 치수 중요도와 관계없이 종전대로 '하천 등급' 기준만을 적용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동일 하천 내 구역별 현황에 따라 구분·관리하겠다는 치수 정책의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환경부에 하천설계기준 보완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또 환경부는 부실하게 작성된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용역결과 보고서를 시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 용역은 치수단위 구역별로 분석된 홍수관리수준(A·B·C등급)에 따라 하천 제방에 대한 치수계획 규모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치수단위 구역별 홍수관리수준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용역 결과보고서(4차 준공분)상 치수안전도 평가에서 6.3%에 달하는 하천이 누락됐다.
게다가 홍수관리 수준 A등급 치수단위구역(총 211개)의 44%에 해당하는 93건에 평가 오류가 있었고, 잠재적 홍수 피해의 취약 정도를 뜻하는 'PFD(홍수피해잠재능)' 구간 설정에 필요한 하천별 홍수량 빈도도 8.94% 잘못 적용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자체에서 이 용역자료를 활용해 하천기본계획을 세운다면 하천별 홍수방어 계획이 잘못 수립될 우려가 있다"면서 환경부에 치수단위 구역별 홍수관리수준 분석 대상에서 누락된 하천을 포함시키고 홍수피해잠재능 산정 오류와 하천 설계빈도 기초조사 오류를 시정할 것을 통보했다.
하천시설물의 제방 접속부와 제방의 높이 차로 홍수 침수 우려가 있는 '홍수취약지구'에 대한 관리는 그야말로 엉터리였다.
감사원이 하천 범람으로 홍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13개 지방하천의 364개 교량 실태를 점검한 결과, 치수단위구역 중 PFD가 높은 A등급 구역에 설치된 134개소(36.8%) 교량 중 17개는 제방 접속부의 높이가 하천의 계획홍수위에 여유고를 더한 높이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당해 제방보다도 낮아 교량 접속부를 통해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방하천은 지자체가 관리한다는 이유로 환경부의 관리를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17개 홍수 취약구간에 대해 홍수기 전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주민대피계획을 세워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부에 주의 요구했고, 환경부는 올 3월 해당 지자체에 대한 조치를 끝마쳤다.
◇침수 우려 지하차도 72.5%에 진입차단시설 전무…피난·대피시설 없는 곳 상당수
전국의 지하차도 1086곳 중 182곳(16.8%)이 50∼500년 빈도 강우에 의한 홍수 발생 시 침수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7%에 해당하는 159곳은 근처 하천의 수위 정보와 같은 '외수 침수위험'을 통제기준에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외수 침수위험이란 인접 하천이 홍수로 인해 수위가 상승할 경우 그 영향으로 지하차도가 침수될 위험을 말한다.
이는 행안부가 지자체로 하여금 외수침수 위험을 고려한 차량진입 통제 등 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였다.
특히 최근 사고가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를 포함한 지하차도 5곳의 관리주체는 통제기준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홍수경보 수준까지 하천 수위가 높아졌는데도 지하차도의 차량진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 182곳 중 132곳(72.5%)에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지자체는 182곳 중 37곳(20.3%)만 '인명 피해 우려 지하차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자체가 행안부에 진입차단시설 설치 지원을 요청한 지하차도 40곳 중에서는 무려 17곳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진입차단시설조차 설치하지 못했다.
또 전체 1086곳 중 터널·진출입로 구간에 피난·대피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차도는 320곳(29.5%, 터널 163곳·진출입로 157곳)에 달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외수 침수위험을 고려한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 컸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올해 홍수기 전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지하차도 159곳에 대해 외수침수 위험을 반영한 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침수위험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의 요구했다. 행안부는 감사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올 3월 지자체의 재난부서에 후속 조치 이행을 지시했다.
국토부에는 신속히 진입차단시설 및 피난·대피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주의 요구했고, 국토부는 올 2월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안 행정예고를 완료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女BJ에 8억 뜯긴 김준수 "5년간 협박 당했다"
- '선거법 위반' 혐의 이재명, 1심서 의원직 박탈형
- "승차감 별로"…안정환 부인, 지드래곤 탄 트럭 솔직 리뷰
- 가구 무료 나눔 받으러 온 커플…박살 내고 사라졌다
- 성신여대도 男입학 '통보'에 뿔났다…"독단적 추진 규탄"[현장]
- 허윤정 "전 남편, 수백억 날려 이혼…도박때문에 억대 빚 생겼다"
- 반지하서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혈흔이 가리킨 범인은
- 탁재훈 저격한 고영욱, "내 마음" 신정환에 애정 듬뿍
- '순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양광준 육사 후배 경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