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골프대회에 없는 ‘파71 코스’ 男대회선 흔한 까닭 ··· 장타 견제 위해 ‘천사 파5홀’ ‘마의 파4홀’로 변경

오태식 기자 2024. 6. 1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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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처음 평균 300야드 이상을 친 선수가 나온 것은 1997년 일이다.

남자 골프대회를 열 때 평소 파5홀로 운영되던 홀을 파4홀로 변경하는 것도 장타자들이 부쩍 많아진 이유가 없지 않다.

결국 2022년 대회에서는 이 홀을 다시 파5홀로 돌려 놓고 대신 원래 파5홀이었던 10번 홀을 파4홀로 바꿔 '파71 코스'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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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골프대회가 모두 열린 핀크스 골프클럽. 사진 제공=KLPGA
[서울경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처음 평균 300야드 이상을 친 선수가 나온 것은 1997년 일이다. 그해 미국의 장타자 존 댈리가 평균 302.0야드를 날려 첫 ‘300야드 클럽’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300야드 이상을 치는 선수들이 꾸준히 늘어 올해 PGA 투어에서는 현재 무려 81명이 300야드 이상을 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도 300야드 이상을 보내고 있는 선수가 27명이나 된다.

장타자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면서 상대적으로 코스 변별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드라이버 샷을 멀리 쳐 놓고 짧은 거리에서 ‘웨지 샷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남자 골프대회를 열 때 평소 파5홀로 운영되던 홀을 파4홀로 변경하는 것도 장타자들이 부쩍 많아진 이유가 없지 않다. ‘파71 코스’는 여자골프 대회에서는 볼 수 없지만 남자 골프대회에서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올해 스트로크플레이로 치러진 KPGA 9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5개 대회가 ‘파71 코스’에서 열렸다.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한 최경주. 사진 제공=KPGA

대회가 열린 순으로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라비에벨CC 올드코스), GS칼텍스 매경오픈(남서울CC), SK텔레콤오픈(핀크스GC), KPGA 선수권(에이원CC),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남춘천CC) 등이다. 물론 이들 중 라비에벨 올드코스와 핀크스GC는 KLPGA 대회가 열릴 때는 파72 코스로 치러졌다.

파5홀을 파4홀로 변경하면 일단 홀 길이가 대부분 500야드를 넘게 된다. 앞서 벌어진 대회의 ‘변신 파4홀’ 중 500야드가 되지 않는 홀은 1개 뿐이었다.

라비에벨 올드코스 11번 홀만 498야드로 세팅됐을 뿐 남서울 16번 홀 535야드, 핀크스 10번 홀 507야드, 에이원 15번 홀 510야드, 남춘천 5번 홀 531야드 등 4개 홀은 500야드를 넘었다.

‘천사’ 같았던 파5홀이 ‘마의 파4홀’로 변하면서 너무 어렵다는 성토가 이어지자 다시 파5홀로 변경된 경우도 있다. 2021년 SK텔레콤오픈이 열린 핀크스 골프클럽 4번 홀이다. 그해 파5홀을 파4홀로 변경한 4번 홀의 평균 타수는 무려 4.75타나 됐다. 결국 2022년 대회에서는 이 홀을 다시 파5홀로 돌려 놓고 대신 원래 파5홀이었던 10번 홀을 파4홀로 바꿔 ‘파71 코스’를 유지했다.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사진 제공=우정힐스

이번주 20일부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이 열리는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역시 대회 때는 파72 코스에서 파71 코스로 변경된다. 파5홀에서 파4홀로 변경되는 곳은 11번 홀이다. 501야드의 11번 홀은 ‘변신 파4홀’의 원조격인 홀이다. 이 홀이 ‘변신 파4홀’의 전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대회도 뒤따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이렇게 어렵게 변형된 홀들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동일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스코어카드에 버디, 파 대신 보기, 더블보기가 적히는 게 썩 기분 좋을 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팬들은 프로골퍼들의 화려한 버디·이글 사냥에도 환호하지만 이들이 처한 곤경에서도 묘한 쾌감을 느낀다. 또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에서는 남모를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천사의 버디 홀’이었던 파5홀이 ‘마의 보기 홀’로 악명 떨치는 파4홀로 변경하는 이유에는 이런 사연도 있을 것이다.

오태식 기자 ot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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