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휴진 주도 의협 향해 "설립목적 위배되면 해산도 가능"(종합2보)
진료거부 상황 방치하는 병원은 '건보 진료비 선지급 제외' 검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대학교수들이 일제히 진료 중단에 나선 18일 정부는 의사들에게 독점적 권한의 혜택을 누리는 만큼 의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미 개원가에 진료명령을 내린 정부는 이날 오전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고, 이를 어길 경우 의사 면허 자격 정지 등 법대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에 대해서는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임원 변경과 해체까지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 오전 9시 업무개시명령 발령…"불법행동에는 엄정 대처"
정부는 이번 휴진을 '불법 진료 거부'로 보고,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미 13일에 각 대학병원장에게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불허해 달라고 요청했고, 교수들의 진료 거부가 장기화해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 배상 청구를 검토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나아가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는 병원은 건강보험 진료비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또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에 안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하면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판단해 전원 고발할 계획이다.
이달 10일 전국 3만6천여개 의료기관에 진료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업무개시명령도 발령했다.
전 실장은 "공무원 9천500명이 1인당 4∼5개 의료기관을 담당해서 총 3만6천여곳 의료기관을 확인하게 된다"며 "휴진율이 30%를 넘어가면 채증을 통해서 (병원) 업무 정지와 의사 면허 자격 정지 등으로 법대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원의는 '1인 1의원'이라고 봐야 하니까 1명이 휴진하면 불법 진료 거부지만, 대학병원 교수들은 일부가 휴진할 뿐, 병원 자체가 휴진하는 곳은 없기 때문에 (병원을) 불법 진료 거부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서 이달 14일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 명령서를 송부했고, 전날에는 진료 거부를 독려했다는 이유로 의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전 실장은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이고,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 불법적 상황을 계속해 의료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임원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행정명령 취소' 요구에 정부 "적법 행정은 취소 못해"
정부는 서울대병원 등 의료계에서 전공의 보호를 이유로 이들에게 내려졌던 각종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에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무기한 집단 휴진 첫날이던 전날 전공의에 대한 행정 처분, 상설 의정 협의체 구성,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및 2026년 이후 재논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앞서 이달 4일 근무지를 벗어난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했는데, 철회가 아닌 완전 취소를 요구하는 것이다.
전 실장은 "기본적으로 적법한 행정행위는 취소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내린 여러 명령 자체가 적법했기 때문에 정부가 취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철회는 명령 위반이 있지만, 앞으로는 그 효력을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복귀하면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많이 복귀할 수 있도록 그런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있고, 계속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7일 현재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전공의 1만3천756명 중 1천45명(7.6%)만 출근했다.
전 실장은 "무기한 휴진하기로 한 서울대병원은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일방적으로 예약이 취소됐다는 등 신고가 4건 정도 들어왔다. (휴진 현황상) 현재 바로 조치해야 할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주요 5대 병원 등 종합병원은 진료 상황을 계속 살펴보고 있지만, 정확한 휴진 통계는 향후 분석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계속해서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단일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낼 것을 요청했다.
전 실장은 "의협이 의료계와의 대화 창구는 의협으로 일원화한다고 발표했고, 서울대 교수 비대위도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방 방송이 많으면 집중이 안 되고 시끄럽다. 의협에 단일 창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거기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 비상진료체계 강화…순환당직제 확대
정부는 진료 거부 기간에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날 시작한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순환당직제는 현재 급성 대동맥 증후군 26곳, 소아 급성 복부 질환 16곳, 산과 응급질환 34곳 등 응급의료기관에서 실시 중이다.
또 상급종합병원과 암 진료협력병원 간 진료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암 환자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치로 가동하도록 했고, 서울 주요 5대 병원(빅5)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암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의료 인력도 최대한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료 인력 신규 채용 인건비와 기존 인력의 당직비 지원을 상급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종합병원으로 확대한다.
신규 채용 인건비는 의사와 간호사 각 150명에 대해, 기존 인력 당직비는 의사 450명, 간호사 500명에 대해 지원한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경우 올해 4월 말 기준 1만1천395명이 활동 중인데, 7∼8월 중 수당 지급과 올해 하반기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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