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파 동네 병원 갔더니 문닫아... 무조건 참아야 하나”

오경묵 기자 2024. 6. 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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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들 휴진에 일부 지역 혼란 극심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8일 경기 용인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앞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계 총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병·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원의들도 휴진에 나섰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도 의협 회원 자격으로 휴진에 동참했다.

이날 ‘동네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날 휴진한 서울 서초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는 환자들이 연달아 ‘휴진 안내’ 문구를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문 여는 곳을 알아본 뒤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3만6371개 의료기관 중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4%에 그쳤다. 지역별 휴진 신고율은 수도권이 2%고, 전남·경남·광주는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곳곳에서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에서의 휴진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 수원에서는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어 환자가 많은 곳으로 꼽히던 소아과가 휴진했다. 경기 용인에서도 소아과 4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 문을 연 다른 곳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붐비기도 했다. 한 주민은 “무턱대고 휴진하면 아픈 환자들은 그냥 참아야 하느냐”고 했다. 40대 장모씨도 “애들이 수시로 아파 병원에 자주 오는데, 별 다른 안내도 없이 휴진했다”며 “갑자기 병원이 쉬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매우 혼란스럽다”고 했다.

일부 맘카페나 지역 카페에서는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 병원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에 나서자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에는 “휴진하는 동네 병원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영원히 이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올라왔다.

대학병원에서도 전문의들이 휴가를 신청하면서 일부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충남대 대전병원은 감염내과, 비뇨기과, 신경과 등 4개과 의사들이 휴가를 가 진료실이 비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진료가 예정돼 있던 교수 87명 중 30%에 달하는 26명이 휴진했고, 조선대병원도 62명 중 24명이 오전 진료를 중단했다.

일부 대학병원은 교수들의 휴진 선언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서울성모병원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등 평소 같은 모습이었다. 대전에서 온 암환자 백모(69)씨는 “치료해주는 교수님이 ‘저는 휴진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휴진한다는 뉴스는 봤지만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병원 측은 “휴진 참여율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소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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