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우리가 폭파했던 조선총독부 뚜껑(첨탑)[함영훈의 멋·맛·쉼]

2024. 6. 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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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에 반매장, 해지는 서쪽 일부러 ‘방치’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921년 독립운동단체 의열단 단원인 김익상 님이 조선총독부청사에 폭탄을 투척한 지 74년만인 1995년 8월15일, 자욱한 콘크리트 먼지와 함께 일제의 상징 옛 조선총독부 청사가 해체됐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키득키득 거리며 우리를 깔보고 우월감을 갖던 상징이 철거되자, 국민은 환호를 질렀다.

국내에 남아 일제의 잔여재산을 챙겨 고관대작도 하고 떵떵 거리며 살던 소수 친일세력(속칭 ‘토착왜구’)과 몇몇 학자들은 문화재로 보존하자 했지만, 늘 이 건물 때문에 기분 나빴던 우리 국민 절대 다수가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은 수직 5m 깊이의 구덩이 형태로 되어있다.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앞엔 안내 표시판만 있을 뿐 공원의 모습을 볼수 없다.

그리고 그 뒤 수십년이 또 지나면서 우리는 잠시 그 건물을 잊었다. 한때 중앙청사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썼던 건물이었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10여년 만에 방문하니, 다양한 전시콘텐츠, 국민 놀거리가 있었다. 이번 독립기념관 방문에서 가장 신선했던 콘텐츠는 바로 우리가 파괴한 일제의 심장부 총독부 건물 뚜껑을 발견한 것이었다.

총독부 건물 뚜껑은 구덩이 형태로 조성한 ‘죽음의 신전’ 같은 곳에 있었다. 물론 천안 사람들은 상당수 알지만, 우리 국민 중 그 해체 잔해들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천안 독립기념관은 국민 방문객의 놀거리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 중 하나가 단풍나무 군락지 둘레길 조성과 야간 조명이고, 가을엔 단풍나무 축제도 연다.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우리가 폭파한 총독부 건물의 뚜껑이 바로 단풍나무 축제장 근처에 있다. 산책길과 통하는 이면도로옆에 있는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은 겉으로 확 드러나 있지 않다.

1~2m 정도 구릉지에 올라서야 축구장 만한 철거부재 전시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지에서 확연히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은 이유는 ‘총독부의 역사를 묻어 버린다’는 뜻에서 지하 5m 구덩이를 파고 평지까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원형경기장 가운데에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부재들은 세워놓기도 하고 뉘어 놓기도 했는데, 파괴된 고대 신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괴된 고대 신전 같은 분위기의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조선총독부 건물 뚜껑(첨탑)

MZ세대들에겐 또하나의 놀 거리, ‘인증샷 맛집’이다. 일본어가 쓰여진 과자봉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에겐 자신의 선조 일제의 만행을 숙연하게 되짚어 보는 인문학 여행 스팟이었을 것이다.

안내문은 이렇게 적었다. ‘조선총독부는 한국을 영원히 지배하기 위하여 일제가 설치한 식민통치기관이었다. 일제는 조선왕조의 기운을 억누를 목적으로 경복궁의 강령전과 교태전 등 4000여칸을 헐어버리고 그 앞에 조선총독부를 세웠다. 조선총독부는 1945년 8월 일제가 패망할 때 까지 한국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식민통치의 핵심기관이었다.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이하여 일제의 식민잔재 청산과 민족정기 회복을 목표로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가 시작되었다. 철거된 건물 잔해는 역사교육자료로 활영하기 위하여 같은 해 11월27일까지 독립기념관으로 옮겨졌다.

독립기념관은 조선총독부 건물 잔해를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전시하였다. 첨탑(기사 중 ‘뚜껑’이라 표현)은 지하 5m 깊이에 반매장하였고, 전시공원을 해가 지는 독립기념관의 서쪽에 조성해 일본 제국주의의 몰락과 식민잔재의 청산을 강조하였다’고.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전경

관리 방식이 ‘홀대’와 ‘방치’라는 점, 해지는 서쪽에 배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일제가 파괴했던 경복궁 전각들은 2050년이 되어야 전면 복원할까 말까할 정도로 많았다.

올해로 37살이 된 독립기념관은 천안의 상징이다. 겨레의집은 세계 최대 기와집 모양을 한 전각이다. 바로 뒤 3.1문화마당을 중심으로 6개의 전시관이 반원을 그리며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768평으로 국내 최대 전시관인 ‘새로운 나라’ 주제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법통이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임시정부에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임시정부 태극기의 태극 문양은 세로 S라인이다.
“잊지 않을께요, 일제 만행” 천안 독립기념관엔 체험학습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누가 만들었지? 첫 출범때 수장은 총리였을까, 대통령이었을까? 태극무늬는 왜 세로 S라인일까? 윤봉길 의사가 일제전범들에게 던진 폭탄은 도시락폭탄이 아니라고? 미국의 원폭 투하가 아니라도 스스로 독립을 할수 있는 작전이 있었다고? 항복 서명하던 일제 관리는 왜 지팡이를 짚었을까? 1948년 제1호관보의 연도표기 ‘대한민국 30년’은 무슨 뜻?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흥미로운 너무도 얘기가 많아,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도 배울 것이 넘친다.

국민놀이터가 되만한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단풍나무 숲을 중심으로 둘레길을 조성했고, 야간 조명도 만들어 멋지게 밤화장을 했다. 또 세계자동차경주대회에 통일한국 대표팀이 우승하는 가상영화 ‘코리아 랠리’도 만들었다. 만세운동 체험, 독립군단 포토존 스튜디오 등 스테디셀러 콘텐츠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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