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일' 북한군 수십명, 또 MDL 침범…경고 사격 후 퇴각(종합)
푸틴 방북 앞두고 '분계선 긴장' 고조시키는 아이러니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군이 18일 또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 등 대응 후 퇴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8시 30분쯤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작업하는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했고,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사격 이후 북상한 사실이 있다"라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MDL을 침범한 북한군은 약 20~30명으로, 이들 중 일부는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군은 MDL을 20m 정도 넘어왔으며, 우리 측이 아닌 자신들의 병력을 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또한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군은 전선 지역 일대에서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미상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이 군사적 도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약 9일 만이다. 지난 9일에도 낮 12시 30분쯤 북한군 20~30명이 MDL 이남 20m 지점에서 식별돼 우리 군이 경고 방송·사격을 했고, 이후 북한군은 퇴각했다.
약 20분 후인 12시 50분쯤엔 북한군 4명이 MDL 이남 50m 지점에서 또 식별됐고, 이들은 우리 군의 경고 방송·사격에 복귀했다. 같은 날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9일과 이날 모두 MDL 표시를 보지 못해 실수로 넘어왔던 것으로 평가했다. 매년 5~6월이면 DMZ 내에 수풀이 많이 자라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 북한군이 벌목이나 제초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군 대부분은 도끼와 곡괭이 등 작업 도구를 들고 있었고, 소수 인원만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의 반복된 MDL 월선은 새로운 도발을 위한 준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9일 MDL 침범 11시간 후 "우리의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20여일 전엔 북한군 10여 명이 강원도 철원 인근 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 이후 돌아간 적이 있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주간이고 도로가 없는 산지이며, MDL이 사선형으로 돼 있다 보니 지형적 특성상 단순 침범으로 평가된 것"이라며 "(9일은) 두 차례 침범한 게 아니라 경고 방송·사격 이후 추가로 식별된 것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군이) 우리의 대비태세 등을 들여다보기 위한 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지뢰를 매설하려면 어느 정도 불모지가 돼야 하고, (해당 지역은) 수풀이 우거져서 정찰하면서 전초 작업의 차원에서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또 "(북한군의 MDL 침범이) 계속 반복될지 봐야 하지만 매뉴얼대로 조치하고 있다"라며 "MDL 이북에서 그들의 활동에 대해 감시 추적하고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수 시간 앞둔 상황에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를 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대 우방국의 정상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상황 관리가 필요한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했다기보다 군의 설명대로 '단순 침범'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MDL 무단 침범은 엄연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우발적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우리 측을 일부러 자극하는 등 '심리적 도발'을 위해 MDL 일대에서 필요 이상의 행동을 단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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