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적금보다 못한 보험사 연금 상품

이학준 기자 2024. 6.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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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를 위한 개인연금 시장의 87%(320조원)를 차지하는 연금보험·연금저축보험의 수익률은 연 2~3%에 불과하다.

보험사들은 원래 보험 이자율이 은행 예·적금 이자율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기자가 홍콩의 한 보험사에 가입할 만한 상품을 문의하니 연 복리 6~7%를 보장하겠다는 설계안이 왔다.

금융 선진국의 보험은 간접투자상품으로 채권 수익률과 경쟁하는데, 한국 보험은 은행 예·적금 따라가기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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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를 위한 개인연금 시장의 87%(320조원)를 차지하는 연금보험·연금저축보험의 수익률은 연 2~3%에 불과하다. 은행 예·적금보다 못한 수준으로, 물가상승률 따라잡기도 벅차다. 낸 돈 그대로 돌려받는 상품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보험사들은 원래 보험 이자율이 은행 예·적금 이자율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저조한 수익률에도 상품에 320조원이 몰린 이유는 세액공제·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매년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는 방법 중 하나가 연금저축보험에 돈을 내는 것이다. 정부가 혜택을 제공하고, 보험사만 반사이익을 누리는 셈이다. 지금도 보험업계에선 개인연금 시장을 더 활성화하려면 세제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익률 제고 방안은 뒷전이다.

기자가 홍콩의 한 보험사에 가입할 만한 상품을 문의하니 연 복리 6~7%를 보장하겠다는 설계안이 왔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고정연금(Fixed Annuity) 상품 중 하나인 마이가(MYGA)의 확정이율은 5%가 넘는다. 금융 선진국의 보험은 간접투자상품으로 채권 수익률과 경쟁하는데, 한국 보험은 은행 예·적금 따라가기도 바쁘다.

개인연금 시장을 제외하면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 만한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암에 걸리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암보험이나, 각종 상해·질병을 보상하는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일색이다. 가입자들은 암에 걸리는 불행의 대가로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손에 쥐거나, 암에 걸리지 않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낭비하는 두 가지 길뿐이다. 어떤 경우의 수라도 다행인 것이지 이익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직장인이 주식에 뛰어들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한방’을 꿈꾼다. 보험에 가입해 매월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젊었을 때 자산을 최대한 불리는 것이 최고의 노후 대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 재산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보는 게 현실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보험사가 원금이 보장되면서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상품을 출시하면 어떨까. 주식의 위험성은 피하고 싶지만, 예·적금 이상의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 은행 고금리 특판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던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이 이를 증명한다. 금융 선진국 보험사의 상품을 한국에서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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