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시 내각 해산, 휴전 협상 미칠 영향은···“강경파에 힘 실릴 것”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8개월여 만에 중도파도 참여했던 전시 내각을 해산하면서 향후 휴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협상파’로 꼽혔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지난 9일(현지시간) 총리를 비판하며 내각 각료직에서 사임하면서 전시 내각이 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 사퇴 일주일 만인 16일 해산을 결정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6101540001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 여야가 통합 차원에서 출범시켰던 전시 내각이 중도파 이탈과 해산으로 이어지며 향후 전쟁 관련 주요 사안은 강경파가 다수인 기존 안보 내각에서 결정될 방침이다. 휴전 협상 대신 강경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4인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초강경 노선’을 견지해온 극우 인사들이 포함돼 있으며, 전시 내각보다 매파적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내각 내 극우파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휴전 협상에 반대해온 것은 물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해왔다.
이스라엘 정치분석가 미첼 바라크는 “지금 네타냐후 총리가 처한 상황은 ‘에코 체임버’(반향실 효과·생각과 신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소통해 확증편향이 심해지는 현상)에 가깝다”면서 “전시 내각 해산으로 네타냐후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되고 공고해질 것이며 반대 의견이 나오기 더 어려워졌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기디온 라하트 히브리대학 정치학과 교수도 “네타냐후는 이제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거나,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과만 함께할 것”이라며 “그의 관심은 (휴전 대신) 천천히 소모되는 전쟁에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전쟁과 관련한 민감한 결정은 소수가 참여하는 ‘특별 협의체’에서 내리고, 최종적으로 안보 내각의 추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협의체에는 기존 전시 내각 구성원이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비롯해 차치 하네비 국가안보보좌관, 론 더머 전략담당 장관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AP통신은 “이런 비공개 협의체가 강경파의 영향력을 일부 차단할 수 있지만, 네타냐후 자신이 휴전 계획에 거의 열의를 보이지 않아 왔으며, 안보 내각은 그의 이런 결정 유보를 연장할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 대표의 후임으로 전시 내각 합류를 희망해온 벤그비르 장관의 요구를 무시하고 아예 내각을 해산해 버린 것을 두고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벤그비르 등 극우파에 힘이 실리는 것을 반대해 왔다.
영국 가디언은 전쟁 내각 해산이 “극우 세력에 대한 거부 메시지이며 하마스·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네타냐후의 의사 결정권을 확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전시 내각 해산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근본적 평가를 바꾸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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