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경제 공동체' 시스템화…송금망 회피 등 제재 무력화 가속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과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국제사회의 제재 회피를 위해 북러가 '비밀스러운'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18일 오후 방북할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냈다. 그는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의 주도로 러시아의 일부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된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제재는 북한과 러시아가 개입돼 있는 각종 금융시스템을 차단·마비하는 것이 핵심인데,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서방이 간섭할 수 있는 송금 시스템을 피해 북러 간 양자 간의 방식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자신들에 대한 각종 제재로 인해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각국의 금융망을 통하거나 들어와 있는 북한과 러시아 관련 자금을 동결하거나 차단하는 조치를 꾸준히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지난 13일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약 68조 5000억 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한 사례를 들 수 있다.
그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기고문, 그리고 북러의 이번 '밀착' 조치는 한편으론 각종 제재에 따라 막힌 러시아와 북한의 자금이 상당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양측이 겪는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지 등을 언급하며 "유엔 무대에서 공동노선과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라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향후에도 노골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도발 행보를 비호하거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무력화'를 위한 행보에 나서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북한이 비핵화 협상 때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새로운 결의 채택을 막은 것을 계기로 줄곧 북한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또 이후에도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를 이어가고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 대북 정제유 공급을 초과하고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제공이 금지된 '사치품'인 러시아산 최고급 세단 '아우르스'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선물하는 등 북러 밀착을 위한 안보리 결의 위반 행보를 보였다.
특히 러시아는 '대북제재 위반 감시자' 역할을 해온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행사해 패널을 해체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에 이어 나온 러시아의 '경제 공동체' 구축 방침은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 및 협력사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수준을 감안할 때 북러 간 경제 협력은 실효성이 떨어져 북러 협력의 한계도 빠르게 확인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질적으로 러시아가 그걸 대체할 능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라며 "또 북러 간 경제 협력을 모색하더라도 북한은 거기에 기여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 이번 기고문은 서방의 부당성을 부각하기 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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