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직접 타본 중국 수소스쿠터...문득 무서워졌다

산둥성 지난(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6. 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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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SPIC지난그린 수소연료전지 공장 현장르포,
공유경제 시스템 통해 수소 규모의 경제 확보 자신감
SPIC지난그린 직원이 수소연료전지 공유자전거를 시연하는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게 수소연료전지스쿠터다./사진=우경희 기자

스쿠터 안장에 올라 오른쪽 손잡이 레버를 당겼다. 안전을 위한 설정으로 추정되는 1초 가량의 늦은 반응 이후 스쿠터 차체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설명을 미리 듣지 않았다면 출력이 좋은 전기스쿠터 정도라고 생각했을 만큼 조용했고 힘이 넘쳤다. 조작성이나 조작응답성도 훌륭했다. 키 187cm(체중 103kg)인 기자가 탑승하고 상당거리를 달렸지만 성능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중국산 초소형 연료전지의 출력과 성능이 일단 일정 수준에 다다랐음을 짐작할 만 했다.

지난 13일 한국 특파원들을 포함한 다국적 기자단에 중국 산둥성 지난(제남·濟南) 수소에너지산업기지 내 SPIC지난그린다이내믹(제남녹동수소과기) 수소연료전지(퓨얼셀) 생산공장이 공개됐다. 중국 최대 국영 전력기업 중 하나인 SPIC(국가전력투자공사)의 100% 자회사다.

수소연료전지는 한·미·중·일 모두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아직 시장이 태동단계다. 그 중 중국은 출발이 가장 늦다. 지난그린 공장도 한국 수준의 양산 환경은 아니었다. 다만 착실히 제품을 찍어낼 수 있는 JIT(적시공급·just in time) 시스템은 갖춘 상태였다. 그리고 이날 공개된 중국의 수소 청사진은 중국 수소연료전지 산업이 규모 면에서 확실히 한 발 앞설 준비를 끝냈음을 확인하게 해 줬다.

연내 수소 공유스쿠터·자전거 시장 공급…공유경제가 불러올 나비효과

SPIC지난그린이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내부 수소 스택을 쌓은 모습. 관련 설명을 세계 각국 취재진이 경청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잔뜩 내뿜는 '그레이수소'라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 수소산업이 사실상 답보상태에 접어들기 1년 전인 지난 2021년 '수소에너지 산업발전 중장기 계획'(2021~2035)을 발표했다. 당시 기준 80%인 그레이수소의 비율을 줄이고, 1%인 그린수소(이산화탄소 제로 수소) 비율을 늘리는게 계획의 한 축이었다.

또 다른 한 축은 수소자동차 등 수소모빌리티 확대다. 양산되는 수소를 소화해 줄 수요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2025년)까지 일단 수소연료전지차 5만대를 상용화한다는게 중국 정부의 목표다. 중국 내 수소연료전지차는 지난해 말 이미 2만대를 돌파했다.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하는 중국 사회 특성 상 내년 5만대 상용화 목표를 달성할 공산이 크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이날 언론이 시승한 수소스쿠터와 수소자전거는 이미 요금결제를 위한 QR코드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유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연내 중국 시장에 공급된다. 어쩌면 수소차보다 더 눈길을 끄는게 바로 이 수소스쿠터와 자전거다. 이유는 중국 공유경제에 올라탄다는게 단순히 '시장에 출시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유자전거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활용하는 생활 초밀착형 공유경제다. 워낙 많아 대수도 다 집계가 안 될 정도인데, 한 때 베이징 시내에서 운용되는 공유자전거 대수가 베이징 인구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다.

이 중 일부만 수소자전거로 대체돼도 단숨에 엄청난 시장이 형성된다. 시장이 생기면 기업들이 속속 뛰어든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플레이어들이 급격하게 늘어날테고 중국 정부는 이 중 옥석을 가려 지원(보조금)을 몰아주기만 하면 된다. 1차 검증이 끝난 기업들이 수소연료전지 승용차나 상용차 시장에도 뛰어들고 결국 수소연료전지드론, 초대형 수소선박 개발까지 이른다. 이게 중국 정부의 밑그림이다.

"수소충전? 그걸 왜 개인이 고민하나요"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수소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 제품들. 비닐로 둘둘 말아 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우경희 기자
'한국적 고민'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생활밀착형 수소애플리케이션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수소충전에 대한 '위험하다'는 인식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취청신(Cui Chengxin) 부총경리는 기자에게 "그걸 왜 개인이 걱정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수소공유스쿠터나 수소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건 개인이지만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대기업이다. 일괄 수거해 충전하고 중국인들이 출근하기 전 곳곳에 내놓는다. 전문인력들이 수소충전용기를 제때 교체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수소충전 같은 문제가 공유경제 기반인 중국 시스템에 대입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 쯤 되니 무서웠다.

취 부총경리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수소연료전지 제작 방식에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우리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재를 모두 중국 안에서 확보할 수 있으며 한국이나 미국에선 상상도 못 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연료전지의 50% 정도가 불량품으로 생산돼 폐기했는데, 이제는 불량률도 10% 정도로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90% 수율(정상품 비율)은 한국에선 용납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중국에선 '커이'(할 수 있다·可以)다. 현장 전시된 수소드론은 연료전지만 중국산일 뿐 액체수소 튜브 등엔 모두 '두산' 등 한국 기업들의 로고가 붙어있었다. 아직 전반의 기술을 다 갖추진 못했단 의미다. 그래도 역시 커이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made in china' 제품들이 쏟아져나온 이후엔 상황이 달라질거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공장 끝단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 완제품들을 봤다.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 격이다. 매끈한 케이스로 깔끔하게 포장, 출고되는 한국의 현대차나 두산퓨얼셀 제품과는 달리, 각종 부품들이 그대로 드러난 형태로 비닐로 둘둘 말려있었다. 비닐 위에 붙어있는 출고표엔 생산스펙과 고객명이 싸인펜으로 적혀있었다.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웃음이 나지 않았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고,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 퀀텀점프는 시간문제인 듯 느껴졌다.

산둥성 지난(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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