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예술계가 더 놀란 천안 아라리오 아트투어[함영훈의 멋·맛·쉼]

2024. 6. 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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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천안)=함영훈 기자] 천안 아라리오 조각광장과 아라리오 갤러리는 천안 사람들만 알고, 몇몇 충남 사람들만 아는, 국민들은 잘 모르는 글로벌 미술 클러스터이다.

알고보니 이 조각광장은 독일 예술잡지 ‘아트(Art)’가 선정한 ‘한국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뽑혔다.

코헤이 나와 ‘매니폴드’
데미안 허스트 ‘찬가’

다분히 한국적인데, 지구촌 어디에도 통할 것 같은 이 이름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10년전, 서울 안국역 인근 옛 ‘공간’ 빌딩을 사들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리모델링한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예명 씨킴)이 천안시 한복판 종합터미널 인근에 조성하고, 자신도 작품 전시 참여자가 된 미술 공간이었다.

조각광장에는 데미안 허스트, 키스 해링, 아르망 페르난데스, 코헤이 나와, 한국의 김인배 등 세계적인 작가 30여명의 작품 유통기업 앞마당에 설치돼 있다.

키스 해링 ‘무제(피규어 온 베이비’

주요작품으로는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 ‘채리티’ ▷키스해링의 ‘줄리아’, ‘무제(피규어 온 베이비)’ ▷일본에서 가장 파워풀한 현대미술가로 정평이 난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이 공원의 가장 큰 작품으로 유통점 고객들이 이 조각 옆이나 밑으로 지나간다) ▷김인배의 강한 늑대 조각품 ‘늑대가 와도 무섭지 않아’(디즈니만화 아기돼지 삼형제의 ‘누가 늑대를 무서워해’ 노래를 연상시킴) ▷성동훈의 돈키호테 ▷아르망 페르난데스가 999개 폐 차축으로 만든 정크아트 ‘수백만 마일-머나먼 여정’탑 조각품 ▷브래드 하우의 ‘빗 속의 댄스’ ▷씨킴(김창일 회장)의 ‘이미지2’,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등이다.

씨킴의 ‘이미지2’

999개 폐 차축을 정크 아트로 재탄생시키기도 했고, 디즈니 만화 또는 빨강색 가방 등 친근한 생활문화 소재로 강렬함, 욕망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각품의 모양 자체가 보는 이에게 생동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유명한데도 대중과 가깝고, 기발한데도 예술적 공감과 감흥을 쉽게 얻을 수 있어, 이 공원에 조금만 머물러도 감정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부패하지 않는 인체를 표현한 조각품 ‘찬가’(데미안 허스트) 옆을 지나 계단에 오르면, 아라리오 갤러리를 만난다.

이번엔 씨킴의 현대미술 미셀러니 ‘레인보우’ 전시, 일상적인 것에 예술의 옷을 입힌 빵집 주인 정웅 작가 작품전이 함께 열린다.

아라리오 갤러리 ‘무지개’ 전시
아라리오 갤러리, 씨킴의 ‘무지개’ 전시

씨킴은 어린 시절 하늘에서 보았던 무지개를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비가 그치고 떠오른 태양 뒤로 펼쳐진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예술적 영감의 원천임라는 점을 늘 고백했던 작가다.

이번에 전시된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들은 씨킴이 빛과 어둠사이에서 피어난 색들의 향연에 매료되어 그 속에서 자신의 회화적 질서를 찾으려 한 수많은 노력과 실험의 결과물이다.

한 여행자는 “정말 오랜만에 전시 다운 전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빵집주인 정웅 작가전(아라리오 갤러리)

한편, 서울 안국역 인근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김창일 회장이 2014년 8월 이후 다시 꾸몄다. 김회장은 “공간 사옥의 가치를 이어받고 기존 건물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며 원로 건축가 문화예술인들을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구사옥은 예술작품 전시관으로 사용되며 고 백남준 비디오아티스트의 작품 등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신사옥 건물 2층에는 카페가 있고 3층과 5층에는 각각 이탈리아·프랑스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아라리오그룹은 공간 사옥의 특성을 제대로 보존하고 문화적 가치를 더해 시민들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작품 전시에 필요한 조명이나 관람객 안전을 위해 필요한 계단 펜스를 설치한 것을 제외하고는 구사옥의 원래 형태가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김창일 회장은 “유럽 등지에선 역사성 높은 옛 건물을 미술관이나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공간 사옥의 전통을 부각시키면서 국민 문화향유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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