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외채 만기연장·감면 협상 난항…디폴트 위기

신기섭 기자 2024. 6.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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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의 군사·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국제 민간 투자자들에게 빌린 외채 상환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로이터 통신은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외채의 20% 정도를 감면해주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실질 감면 규모가 25~60%에 이르는 채권 재조정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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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0% 감면” 요구…투자자들과 협상 차질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각) 열린 우크라이나 복구 회의에서 율리아 스비리덴코(오른쪽) 우크라이나 경제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서방 국가들의 군사·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국제 민간 투자자들에게 빌린 외채 상환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투자자들과의 외채 재조정 협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칫하면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국채의 20% 가량을 보유한 투자자 대표단과 2주 가량 국채 재조정을 위한 공식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재조정이 필요한 외채 총액은 200억달러(약 27조6천억원) 규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국채 재조정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서로를 대리할 자문단을 통해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채의 80% 가량을 보유한 다른 채권자들과도 양자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오는 8월1일까지 합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협상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투자자들이 상환을 유예해준 채권의 상환 기한 연장과 부채 감면을 위한 것이다. 국제 투자자들은 올해 8월까지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을 유예해준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외채의 20% 정도를 감면해주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실질 감면 규모가 25~60%에 이르는 채권 재조정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상환 외채를 상환 기한이 2034~2040년인 새로운 채권으로 전환하는 한편 신규 발행 채권의 구체적인 액수는 자국의 세수 확보 실적과 연계해 2027년 확정하는 조건을 내놨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외채를 20% 줄여주되, 감면 조처 시행과 동시에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역으로 제안했다. 이자는 첫 18개월 동안 연 1%로 하되, 2026~27년에는 3%로 높이고 그 이후에는 6%를 지급하는 것이 채권단의 요구다.

두쪽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시기에 이어 두번째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현재도 국제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지만,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향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여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제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 국채를 헤지펀드 등에게 헐값에 매각할 여지도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발행한 달러 표시 유로채권의 시장 가치는 액면가의 26~3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세계은행과 함께 850억달러(약 117조2천억원)의 차관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도 외채 규모를 줄여야 하는 처지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은 조건을 맞추려면 우크라이나가 외채를 30%는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5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서방 주요 7개국(G7) 등도 자신들이 지원한 자금이 이자 지급에 쓰이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로서는 이자 지급 규모도 최대한 줄여야 할 상황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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