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인생도 생각해달라는 경찰, 억장 무너져” 교제 살인 유족의 청원

이가영 기자 2024. 6. 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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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달 20일 오후 피해자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경남 거제에서 전 여자친구를 때려 다치게 하고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피해자 효정씨의 어머니가 “교제 폭력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게 해달라”며 청원을 올렸다.

자신을 ‘효정이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14일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교제 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A씨는 “20대 건장한 가해자는 술을 먹고 딸의 방으로 뛰어와 동의도 없이 문을 열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던 딸 위에 올라타 잔혹하게 폭행을 가했다”며 “(딸이) 응급실에 간 사이, 가해자는 딸 집에서 태평하게 잠을 잤다”고 했다. 이어 “딸 사망 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다니며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 가서 더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겠다’고 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효정씨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조문을 하지도 않았고, 용서를 구하는 연락도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이제 21살밖에 안 된 앳된 딸이 폭행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 및 패혈증으로 거제 백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가해자가 저희집 주소도 알고 있고, 가족들의 심신도 피폐해져 결국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는 “효정이는 경찰에 11회나 신고했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며 거제 경찰의 책임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교제 폭력에 대한 수사매뉴얼 개선을 요청했다. A씨는 “경찰은 번번이 쌍방폭행으로 처리해 가해자를 풀어줬고, 가해자는 더 의기양양해져 제 딸에게 ‘너 죽어도 내 잘못 아니래’라고 말했다”며 “경찰이 폭력을 방관하고 부추긴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심지어 “가해자가 구속될 때 경찰이 ‘가해자 인생도 생각해달라’고 훈계하는데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A씨는 또 “가해자는 형을 살고 나와도 20대”라며 가족·연인 간 폭행 또는 상해치사죄에 대한 양형 가중을 요구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합당한 벌을 받아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제2의 효정이가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 청원에는 18일 오전 11시 기준 4만4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이 접수되기 위해서는 5만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거제 교제 폭력’ 가해자 B(20대)씨는 지난달 30일 상해치사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B씨는 지난 4월 1일 헤어진 효정씨가 여러 차례 전화를 받지 않자 무단으로 집에 침입해 잠자던 효정씨를 폭행했고,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혀 끝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범행 직후 긴급체포 됐지만, 약 8시간이 지나 풀려났다. 그가 풀려난 다음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효정씨 사망 원인을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히면서 B씨는 구속도 피했다. 하지만 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 “머리 손상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나오면서 B씨는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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