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군사개입' 포함 여부가 핵심…북러 새 '동반자 관계' 협정 내용은

최소망 기자 2024. 6. 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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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 맺을 듯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부활시…한미는 물론 중국 반발 예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24년 만에 방북한다. 북러는 군사·경제 부문에서 양국 관계를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을 전망이다. 이 협정에 1960년대 동맹관계에 준하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이 조항이 부활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1961년 조소(북·소련)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2000년 북러 우호친선 및 협력조약, 2000년과 2001년의 평양선언과 모스크바선언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과거 합의를 모두 뛰어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간 관계를 격상하는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거나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존의 질서를 깨는 합의를 도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면서 두 나라 간 △인도주의적인 협조 △고등교육기관들 사이 과학적 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여행 △문화 및 교육, 청년, 체육 교류들 등을 발전시킬 것임을 시사했는데, 이 역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각별해진 두 나라의 군사부문에서의 추가적인 합의 내용이 주목된다.

핵심은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부활 여부다. 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포함됐던 이 조항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할 경우, 군사적 또는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1990년 소련과 한국이 수교하고 소련 해체 등을 거쳐 지난 1995년 러시아가 조약 폐기를 통보하면서 무효화됐다.

2000년 2월 체결된 북러 신조약에는 이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고 이후 다섯 달 뒤인 2000년 7월 북러 공동선언(평양선언)에서는 각국에 대한 '침략 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2조)의 내용이 담기면서 '자동 개입'보다는 낮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립하며 한미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주장하고 있고, 이를 러시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에 조심스럽거나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러 모두 이 조항이 향후 각자의 외교를 확장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은 북러가 쓸 수 있는 제일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라면서 현재 이를 부활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봤다. 그는 "이 조항으로 북러 서로가 군사부문에서 자율성을 잃을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외교적 전략의 폭을 좁힐 수 있어 부활시키지 않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러시아의 대한반도 역할의 대대적 확장을 의미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한미는 물론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러시아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는 등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을 놓고 있는데, 북러 간 새 협정에 이 조항이 명시될 경우 관계 회복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미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면서 자체적인 힘으로 국방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정세의 변화에 따라 이 조항이 북러관계를 '군사적 종속관계'로 변질시킬 여지가 있는 조항인 만큼 북한이 이를 '안보 위협'의 해소 방안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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