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삼쩜영] 몇 년 만에 공중제비 후 착지... 감동이었습니다

김민정 2024. 6. 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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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몸싸움을 싫어하는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까지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다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민정 기자]

아이가 '기계체조'라는 다소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스파이더 맨>에 나온 톰 홀랜드를 보고, 내가 가진 로망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기계체조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남자아이들도 제법 많이 하는 운동인데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이가 처음 해 본 운동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다닐 적 동네 친구들과의 팀 축구였다. 2년 이상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가진 힘이나 속도가 보통 남자 친구들보다 약했고 경쟁심도 적어 잘 하는 선수가 되기 어려웠다. 발기술이 느는 데는 노력이 필요한데, 몸싸움이나 득점, 공을 쫓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들은, 다른 초등학교로 진학하며 축구를 그만두었다. 

축구, 농구, 야구가 아니어도

그때 몸을 부대끼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생존과 체력 향상을 위한 수영과 내 로망 실현을 위한 기계체조를 시작했다. 내 로망도 한 가지 이유였지만, 맨손 운동으로 아이가 몸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했다.

운 좋게 근처에 체대 출신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기계체조 센터가 있어 등록했다. 신나게 뛰어다니긴 했으나 몸 쓰는 것을 타고나지 않아서인지 빠른 기술 습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Tom Holland Flips and Tricks Compilation ⓒ Tom Holland Updates @tomhollandupdates

당시에는 그냥 느린가 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옷을 자꾸 거꾸로 입는다거나, 글씨 쓰기를 힘들어 하고, 자세 유지를 어려워 하는 것, 신발 끈을 잘 묶지 못하는 것, 몸이 편안하지 않으면 짜증이 많은 것이 고민스러웠다.

교사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했더니 검사를 권했고 아이의 체감각이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체에서 줄을 서거나, 요령 있게 몸을 써야 하거나, 하는 것을 힘들어할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처음 기계체조를 배울 때가 생각났다. 선생님의 지시 상황을 이해는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할 때 아이는 힘들어했다. 한 주 걸러 한 번은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는 일들이 이어졌다.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자 그분이 얘기해 주셨던 말씀이, 내가 아이 양육을 하는 데 잊히지 않고 계속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어머님, OO(아이 이름)에게 기계체조는 너무 좋은 운동이에요. 기계체조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되지 않던 것이 조금씩 되어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운동이거든요. 어느 한순간에 되는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보면 할 수 있게 되는 거."  

요즘 교육에서 강조되고 있는 '자아효능감'을 이야기 하셨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2~3년을 더 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운동 시간대가 맞지 않아 기계체조와 헤어졌다. 

고학년이 된 아이는 대신 동네 생활체육 기관에 다녔다. 우연히 친구들이 팀을 짜서 농구 수업을 하는 것을 보더니 처음으로 자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먼저 팀 스포츠를 하고 싶어 했다는 것에 기뻐하며 등록을 해주었다.

참관을 해보니, 여전히 성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니 제법 재미를 붙였다. 몸 싸움이 빈번한 골밑이나 부족한 슈팅보다는, 빈 공간을 잘 캐치하고 찾아서 기다렸다가 패스 지점이 되는 것으로 자기의 역할을 찾았다.

서태웅, 정대만 같은 슛 잘 넣는 멋진 오빠는 못 되어도 꾸준히 하면 적재적소에 공을 잘 공급하는 가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다. 이제야 친목과 체력 증진, 멋진 농구 잘하는 청년으로 가는 첫 단추를 끼는가 했는데, 미국으로의 이사가 결정되었다.

농구는 워낙 친구 만들기도 좋은 운동이라, 미국에 와서도 지속해 주기를 바랐다. 학교 수업 전에 원하는 학생들은 주 1~2회 모여 농구를 할 수 있다길래 라이드 해주었는데, 체격과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고 아이는 말했다.

그렇지. 뒷마당 농구대에서 매일 하고 노는 아이들과는 차이가 있겠지. 한 달 정도 가더니, 팀 운동에서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고 자기는 절대로 저 친구들처럼 할 수 없으니 그만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경쟁심이 강해서 그런 줄 알았으나, 대화를 해보니, 자기가 못하는 것이 팀에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그 기분이 괴롭다고 했다.

야구도 마찬가지였다. 연휴에 지역 고등학교에서 방학 동안 3일간 하루 두 시간 야구 클리닉을 신청했다. 몸은 안 따라주고,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해서 시무룩했다. 그래, 아들이 축구야구농구의 에이스가 되길 바라는 건 엄마의 욕심이었나 보다.

더디지만 성장한 아들 

팀 스포츠를 하지 않는 동안, 대체할 운동을 찾다가 아이가 몇 번 멋지다고 말했던 파쿠르(Parkour)가 인근 지역 기계체조 센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에서처럼 기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공중제비 기술(Tumbling) 수업은 따로 있었지만, 미국 생활 첫해 목표는 적응이었기 때문에 신나게 뛰고 노는 스트레스 해소 목적의 운동만 생각했다. 
 
▲ 다양한 장애물을 뛰고 넘으며 에너지를 쓴 파쿠르 수업 ⓒ 김민정

운동 강도나 실력 향상보다는 슬렁슬렁 재미로만 다녔다. 아직도 멋진 폼의 옆돌기는 되지 않고, 트램펄린 위에서의 공중제비도 될 듯 말 듯 착지가 되지 않았다. 매번 가서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기록할 용도로 사진과 짤막한 영상을 찍던 나도, 언제부터인가 밖에서 할 일을 하며 기다리는 날들이 늘었다.

그렇게 6학년이 지나고, 7학년(중2)가 된 아이와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성적의 향상보다, 체력과 멘탈 성장이 목표. 조금 힘들어도 한 단계를 넘어보자,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공중제비 수업도 신청하고 파쿠르도 선생님께 2단계로 올라갈 수준이 되는지 여쭤보았다.

조금 푸시 하는 거긴 하지만, 아이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니 시도를 해보자고 하셨다. 아이는 공중제비 수업도 추가해서, 주 2회 기계체조에 나갔고, 적절한 자극이 되었는지, 끝나면 몸이 너무 아프다고 하면서도, 수업에 늦는 것이 싫다며 나를 재촉했다. 그리고 얼마 전 오랜만에 들어가본 아이의 수업에서, 나는 아이가 공중제비 후 착지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
 
▲ 트램펄린 에서의 공중제비 성공 이게 되는데 그렇게 오래걸렸다. 파쿠르 시작 초반에 찍은 영상을 보면. 아이는 트램폴린에서 앞돌기는 하는 것도 마치 얼굴로 떨어질것 같아서 못했었다. 번지점프 하는 사람처럼 허리를 앞으로 숙이기만 하고 강단있게 돌지 못하고, 휙휙도는 옆의 아이들을 신기해했다. ⓒ 김민정

누구에게는 그냥 놀다가도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가 몇 년에 걸쳐 기계체조를 하면서, 스스로 해낸 것을 뿌듯해 하는 모습만으로 그 몇 년의 보상이 된 것 같았다면, 잘함의 기준이 너무 낮은 것일까. 

은근히 '인싸'가 되려면 필수라고 마음 한켠에 있었던, 축구야구농구 메이저 운동에 아이가 관심을 가지기를 바랐던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고, 스파이더맨급 액션을 꿈꾸던 엄마의 로망은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을 축하했고,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새로 이주할 지역에서도 기계체조를 찾아 계속하기로 했다.
 
▲ 그리고 또 얼마후 땅에서도 가능해진 공중제비 돌아오는 차에서 예전 영상과 함께 이 영상을 보여주며, 함께 성장을 축하했다. ⓒ 김민정
《 group 》 육아삼쩜영 : https://omn.kr/group/jaram3.0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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