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여당' 출구 전략 없는 與, 흔들리는 단일대오
與 의총 중단, 민생 현장 찾아가 '일하는 국회' 강조
'단일대오' 노선 강조했지만...원구성 이견에 사분오열 조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국회 개원 후 보름이 지난 시점에도 국민의힘이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식물 여당'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원 구성 전면 백지화'로 맞서고 있지만, 수적 열세의 현실 속에서 난관을 타개할 묘수가 보이지 않으면서다. 상임위 배분에 대한 현실론과 명분론이 맞붙은 가운데, 반복되는 의총으로 인한 피로감까지 누적되면서 당이 사분오열될 조짐도 보인다. 당 지도부는 한동안 의총을 중단하고 민주당과의 물밑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과 관련한 의원총회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그룹별 경청 논의를 하기로 했고, 오늘과 같은 의총은 당분간 잠정 중단하고 금요일(21일) 오전에 의총을 다시 한다"고 밝혔다. 상임위 배분을 두고 민주당이 강경한 입장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의총 피로감이 누적되자 잠시 휴지기를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신 국민의힘은 민생 현장을 찾아 일하는 정당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대야 투쟁 전략을 짜기 위해 매일 의총을 열고 논의를 이어왔다.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 전권을 일임받은 추 원내대표는 매일 비공개로 중진 회동을 이어가며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의 원 구성 독주 속 의총만으로 마땅한 출구가 보이지 않자, 당내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이대로 의총을 한다고 해도 계속 제자리걸음"이라며 "외통위 국방위 등 남아있는 7개 상임위라도 받아서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꾸린 특위 활동에도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여당 내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언제까지 국회 상임위를 거부할 수 없는 노릇인 데다, 21대 국회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싹쓸이할 수 있기 때문에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개원 후 자체적으로 꾸린 당 특위 16개와 고위당정을 통해 일하는 민생 정당 이미지를 강조하고, 민주당의 상임위 활동에 맞불 전략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입법 권한도 없고 법적 지위도 없는 특위일 뿐"이라며 "보여주기식 정치에 불과하다"고 했다.
원 구성을 두고 원내 지도부가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내 사분오열 조짐도 보인다. 상임위를 두고 현실론과 명분론이 맞붙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원구성 전면 백지화'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7석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절대 공감하지 못한다"며 "7석을 받아서 싸우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주요 상임위인 법사위부터 운영위까지 전부 다 민주당 입맛대로 하는 걸 정당화시켜 주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특위를 꾸려 현안을 이야기하는 게 나름대로 의미는 있지만, 정상적인 국회 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에 원 구성을 마무리 짓는 게 맞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22대 총선 패배 후 당이 강조해 온 '단일대오' 노선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달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감지되면서다.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당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어대한'은 당원의 의사결정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토로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대로면 한 전 위원장이 무난하게 당선될 텐데, 원내대표로서는 대통령과 불편한 당대표와의 관계 정립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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