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엄마와의 첫 여행서 전하는 메시지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4. 6. 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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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방송 영상 캡처

JTBC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이하 '여행갈래?')는 이효리 표 예능이다.

제목 그대로 엄마와 첫 여행을 다녀보는 내용이다. 잠시 MC를 맡았던 음악쇼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을 제외하면 '댄스가수 유랑단'의 넘치는 에너지와 상반되는, 감성의 예능으로 돌아왔다. 

이효리의 예능은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이효리가 번뜩이는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패턴이다. 자신이 MC인 '댄스가수 유랑단'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게스트로 나온 '놀면 뭐하니' '라디오스타' 그리고 유튜브 '노빠꾸 탁재훈' 등의 콘텐츠에서 남다른 입담으로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어 준 경우다. 

주로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리치 언니의 느낌을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유재석 탁재훈 비 같은 특급 스타들을 토크로 잘 때려잡아 웃음과, 권위를 흔드는 쾌감을 동시에 전한다. 이효리 예능의 두번째 차원은 위로를 전하는 공감 예능이다. 

'효리네 민박' '캠핑 클럽' '캐나다 체크인' 같은 경우처럼 이효리를 관찰하다 보면 삶의 통찰들을 만나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 그런 프로그램들이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에도 간간이 이효리 특유의 웃음 유발은 빠지지 않지만 중심은 공감과 위로에서 얻는 감성의 충만함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여행갈래?'는 이효리의 공감 예능이면서도 기존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공감 예능에서 은근히 배치되던 이효리의 개그는 크게 축소돼 있다. 공감 예능들이 여행을 배경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보니 아름다운 풍광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여행갈래?'는 현재 경주에서 거제로 거쳐온 과정의 아름다운 경치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효리와 엄마의 관계로만 모든 것이 집중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하고 친근한 존재로 당연시되는 엄마지만, 엄마와의 관계가 사랑과 존경만이 가득하고 무결한 상황만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경우가 실제로는 많은데  이 프로그램은 그것을 잘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엄마와의 관계가 나쁜 것도 아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같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고, 둘만 여행을 와보니 서로의 생각이 100%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 간에 더 다가가야 하는 간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 된다.

시간을 내 붙어 있다 보니 엄마는 '네가 화내니까 이야기를 못했다'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 엄마는 내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만 하려고 한다.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삶의 교훈들을 자꾸 반복하는 상황도 듣고 있기에 꼭 편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식사 하나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엄마는 브런치는 낭비라 생각해 가벼운 실랑이를 거쳐야 먹을 수 있다. 엄마가 나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고 큰 사랑도 줘서 짠한 감정도 많지만 그것과 둘만의 시간이 매끄럽지 않은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이효리는 엄마와 둘만의 첫 여행이지만 '과부하(?)가 걸린다'며 따로 있는 시간도 갖는다. 이 여행이 끝났을 때 엄마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은 나-엄마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근거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행갈래?'를 통해 이효리는 사랑하지만 더 가까워져야 할 여지가 있는 엄마와의 관계를 공론화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TV에서는 잘 안 다뤄지던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자신과 엄마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면서 공감도 불러일으킨다.

이효리는 '리치 언니'와 '구루(guru)' 두 가지 이미지로 진정한 톱스타가 됐다. 리치 언니의 당당함을 따르고 싶게 만들고,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조언으로 위로를 전하는 역할도 종종 수행하면서 퍼포먼스만 성공시킨 연예인 차원을 넘어 별 위의 별이 됐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효리의 별명 중에는 명언 제조기도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회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얻는 발언들로 이어졌다. '내가 좋은 사람 되니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 찾아오더라' '사람들이 날 예쁘게 안 봐줄 것 같은 생각은 내가 날 예쁘게 안 봐서 그렇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등 명언 모음이 온라인에 있을 정도다.

이효리의 이런 말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효리는 그런 반응들을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지만 꼰대스럽다 받아들이는 이들도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SNS 상에 등장했다.

이효리는 '여행갈래'에서 조언자의 내공을 레벨업시킨 듯하다. 말로 삶의 지혜를 전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엄마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엄마를 떠올리면서 공감하고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직접적 언급보다는 보여주기가 좀 더 발전된 소통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보여주는 것은 전달받는 사람이 말로 듣는 것에 비해 스스로 파악하고 생각하고 결론 내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조언자 역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여행갈래?'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말대신 보여주기가 많아지면서 말이 자칫 줄 수 있는 꼰대스러움이 배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단계 더 성숙한 듯한 조언자 이효리가 '여행갈래?'의 남은 방송분과, 앞으로 활동에서 말 아닌 상황으로 '보여주는 조언'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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