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자면 학원비 면제"…여고생 성폭행한 연기학원 원장, TV 나온 연기자

여고생을 성폭행한 모 연기학원 대표 A 씨가 속옷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연기학원 단체 사진 속 A 씨의 모습.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연기학원을 운영하는 연기자가 여고생을 성폭행했으나 발뺌을 하며 여전히 학원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해 10월 초 연기 학원을 운영하는 A 씨의 집에서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A 씨는 수상 경력도 있는 연기자로, TV에도 출연해 얼굴이 꽤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에서 A 씨는 속옷만 입은 채 여고생 B 양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었다.

영상을 제보한 B 양의 아버지에 따르면 영상이 찍힌 날, B 양은 A 씨의 생일 선물을 챙겨주기 위해 학원 친구 2명과 모였다. 그런데 A 씨는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고,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술까지 권했다.

이후 A 씨는 B 양을 제외한 나머지 두 아이에게 "먼저 가. B는 상담 좀 하고 선생님이 데려다줄게. 걱정 마"라고 말했다. B 양의 아버지는 당시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3개월 정도의 학원비를 주지 못한 상태였는데, A 씨는 이를 구실로 B 양을 붙잡아두고 "너 지금 선생님이랑 한 번 하면 학원비 안 내도 된다"며 성폭행했다.

(JTBC '사건반장')

범행 후 B 양이 찍은 영상에는 울부짖는 B 양과 속옷 차림으로 연신 사과하는 A 씨의 모습이 담겼다. A 씨는 무릎을 꿇고 "내가 오늘 진짜 미안해. 오늘만 미안해. OO아, 나 너 사랑했어. 진짜 사랑했어. 나 이해해 주면 안 돼?"라고 말했다.

A 씨가 "시X,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라고 하자, B 양은 "뭘 오해하나, 두 번이나 말했는데"라고 울면서 소리쳤고, A 씨는 "난 몰랐어,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 나 죽을 거 같아"라고 말했다.

이후 B 양은 부모님께 성폭행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며칠을 끙끙 앓아야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앞으로도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떡하나"라며 설득했고, B 양은 용기를 내 경찰서에 갔다.

B 양의 아버지는 "아이가 그날 일에 대해 자세히 말을 하지 않는다. 강제추행 정도로 알았는데 혐의가 강간혐의로 나와 깜짝 놀랐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B 양은 부모님이 걱정할까 우려해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도 '부모님에게 저의 진술에 대해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JTBC '사건반장')

A 씨는 강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구속은 면했다. B 양의 아버지는 "선생 짓 할 생각하지 말라"며 경고했으나, A 씨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 후에도 여전히 학원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B 양의 아버지가 언론 제보를 결심하게 된 건 A 씨가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A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성관계는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B 양이 촬영한 영상에 대해서는 '다른 전후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사과한 것이고 성범죄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B 양의 아버지에게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언론에 제보해서 학원이 피해를 입으면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B 양은 범행 당일 입은 옷을 국과수에 제출했고 B 양의 옷에서 A 씨의 DNA가 검출됐으나, 사건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검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있다.

범행이 일어났던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B 양은 대학도 진학하지 못한 채 병원 상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yk13@news1.kr